“아쉬움이 컸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뼘 더 자란 시즌이었다.”
기업은행 공격수 백목화(30)는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2018~19시즌을 이렇게 정의했다. 백목화는 “2년 만의 코트 복귀여서 부담되고 떨렸지만 적응도 잘했고 체력적으로도 잘 버텼던 것 같다”면서 “여자배구의 인기까지 높아져 재미있게 배구를 했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생활을 접고 2년 만에 배구 코트에 다시 선 백목화는 예전의 악착같은 수비 실력과 필요할 때 나오는 시원한 ‘한방’, 그리고 날카로운 서브까지 곁들이며 꾸준히 팀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시즌임에는 분명했다. 여자배구 명문 기업은행은 올 시즌 4위(16승 14패)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기업은행이 봄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2011~12시즌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백목화는 “‘봄 배구에 실패한 시즌의 선수 명단’에 오르고 싶지 않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백목화의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1~3라운드에서 93득점(공격 성공률 34.8%)에 서브 득점 2위에 오르며 ‘2년 쉰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활약을 펼쳤다. 이 기간 팀도 10승 5패의 성적으로 우승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4라운드 이후부터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 4~5라운드에서 24득점에 공격 성공률은 17.8%까지 곤두박질쳤다. 공격이 막히면서 서브의 날카로움도 사라졌다. 6라운드 들어 레프트로 자리를 옮기며 성공률을 28.2%까지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백목화는 “중ㆍ후반부터 내 공격 루트가 읽히면서 성공률이 떨어졌다”면서 “저 역시 기술적인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정체기가 길어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다만, “체력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리시브나 디그 등 수비 감각은 시즌 후반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1~3라운드 리시브 효율은 40.1%, 세트당 디그도 3.2개였고, 4~6라운드에서도 각각 41.6%와 3.1개로 큰 차이가 없다.
백목화는 이번 시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2년간의 바리스타 생활에 대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배구를 할 때는 생각의 폭도 좁았고 멀리 내다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무리하게 팀을 끌고 가려 아등바등하기보단 부담을 내려놓고 함께 하는 배구를 하다 보니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목표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코트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일단은 쉬고 싶다”고 했다. 백목화는 “코트에 돌아와 이틀 이상 쉰 적이 없었다”면서 “휴가 기간 여행을 다니면서 심신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좋은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백목화는 “응원 보내주신 팬도, 혹독하게 비판하신 팬들도 모두 기억난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어렵게 돌아온 코트인 만큼 다음 시즌엔 더 재미있는 배구,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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