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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에서 재즈 가수로... 크바스토프, 전설 2막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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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에서 재즈 가수로... 크바스토프, 전설 2막을 쓰다

입력
2019.03.11 16:14
수정
2019.03.11 19: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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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크바스토프. LG아트센터 제공
토마스 크바스토프. LG아트센터 제공

“음악은 삶이며 환상이죠. 분노, 화, 행복, 기쁨 등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즈나 클래식이나 모두 제겐 자연스럽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란 없다는 걸 보여 준 독일 출신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60). 1988년 독일 뮌헨 ARD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 성악계 거인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행보는 범상치 않다. 현역 성악가로 활발히 활동하던 2007년 세계적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재즈 앨범을 냈다. “재즈로 분장한 클래식이 아니라 진짜 재즈”를 들려주고 싶다는 크바스토프가 이달 1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재즈 가수’로서의 무대다.

크바스토프는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132㎝의 키, 7개의 손가락과 짧은 팔. 그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신은 그에게 음악성을 선물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 실력이 대단했다. 독일 명문 하노버 국립 음대에 진학하려 했지만, ‘성악 전공자는 반드시 피아노를 연주해야 한다’는 교칙에 가로막혔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꾸준히 개인 레슨을 받았고, 29세 때 ARD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메일로 만난 크바스토프는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성격을 닮은 따뜻한 음색, 넓은 음역으로 독일 가곡 분야의 독보적 이름이 됐다. 바리톤으로서 30여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독일 에코 클래식상을 6번, 미국 그래미상을 3번 받았다. 크바스토프에겐 ‘장애를 딛고 일어섰다’는 상투적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장애에 대해 많이 말하는 편이 아니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니까요.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행복한 결혼 생활도 하고 있지요. 장애를 지닌 삶을 산다고 느끼지 않아요.”

토마스 크바스토프와 트리오. LG아트센터 제공
토마스 크바스토프와 트리오. LG아트센터 제공

바리톤으로 약 25년 간 클래식 무대를 주름잡던 크바스토프는 2012년 은퇴를 선언했다. 소울 메이트였던 형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이후 노래를 이어갈 수 없었다. 크바스토프는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재즈 신보 ‘나이스 앤 이지’를 발매해 음악 인생 2막을 열어 젖혔다. 그는 재즈의 매력을 “무한한 자유로움과 즉흥성”이라고 설명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의 즐거움으로 관객과 보다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재즈로부터 느끼는 희열이다. 어린 크바스토프에게 재즈를 처음 들려준 것도 그의 형이었다. “전설적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음반이 저의 첫 재즈 경험이었어요. 자유로움과 즉흥, 정교하게 얽힌 리듬이 마음에 들었어요. 프랭크 시나트라, 사라 본, 셜리 혼, 엘라 피츠제럴드 등의 재즈 뮤지션을 좋아합니다.”

이번 한국 공연은 ‘나이스 앤 이지’ 발매를 기념하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앨범은 재즈 오케스트라인 함부르크 북독일방송 빅밴드와 녹음했지만, 한국에서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피아노 트리오와 무대에 오른다. 조지 거쉰의 ‘서머 타임’을 비롯한 익숙한 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제 목소리와 딱 맞으면서 저만의 해석이 가능한 곡으로 선곡했어요. 한국의 관객들이 2시간 동안 아름다운 음악과 여흥을 즐긴 뒤 행복하게 공연장을 나서길 바랍니다.” 크바스토프는 1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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