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등 1만5000명 집회 참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온라인 세계에서 러시아를 외부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마치 북한처럼….”
지구상의 대표적 ‘스트롱 맨’인 푸틴 대통령의 인터넷 규제 움직임이 러시아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정부의 인터넷 규제법안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북한처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곳곳에서는 “푸틴넷을 철회하라", “인터넷에 손 대지 말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모스크바와 다른 도시들에서 수 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부의 인터넷 규제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집회 참가 인원을 1만5,00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니키타 우샤코프는 “러시아가 사람들의 익명성을 빼앗고 있는 게 우리가 모인 이유”라며 ‘인터넷을 막아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감옥에 가두려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모스크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온 세르게이 보이코는 “정부가 인터넷에서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트윗 한 줄 때문에 한 달 간 감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해온 민간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러시아 경찰은 이날도 언론인을 포함해 29명의 시위 참가자를 구금했다.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은 새 인터넷 규제 법안이 겉으로는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내부 검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일러시아당은 지난해 12월 의회에 ‘디지털경제국가계획’이라는 법안을 제출했다. 다른 나라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러시아 인터넷망의 해외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만의 인터넷인 이른바 ‘러넷’(러시아와 네트워크의 합성어)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인터넷의 중앙집권화’로 정부가 내부 검열ㆍ통제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정부나 관료를 조롱하거나 가짜뉴스를 배포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가짜 뉴스법’도 최근 러시아 하원을 통과했다. 국가를 비하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최대 15일 간 구금할 수도 있는 법안에 대해 “반체제 인사를 투옥시키던 구소련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안 조항이 모호해 정부에 대한 일상적 풍자도 국가 비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아울러 지난해 4월 암호화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다. 메시지 암호화 해독 열쇠를 내놓으라는 러시아 정부 요구에 텔레그램이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러시아는 계속해서 텔레그램 차단을 시도하고 있으나 완전 차단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인 개발자가 만든 텔레그램은 그래서 러시아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독일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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