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째 스타가 없었다.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많아 위기감은 덜했지만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일 만한 활력소가 없어 침체된 분위기였다. 그런데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신라면건면’과 ‘괄도네넴띤’이다.
11일 농심과 팔도에 따르면 면을 튀기지 않은 ‘신라면건면’은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800만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매운맛을 강조한 ‘괄도네넴띰’도 온라인쇼핑몰에서 1, 2차 한정수량을 판매했지만 조기 완판돼 품귀현상까지 낳았다. 그러자 농심은 이달부터 부산 녹산공장에 신라면건면의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생산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야쿠르트도 괄도네넴띰을 온라인몰 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도 출시해 판매처를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두 제품이 라면시장에 때아닌 호황을 불러왔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신라면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가진 파워가 신라면건면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팔도비빔면’도 괄도네넴띤과 양을 늘린 ‘팔도비빔면 1.2’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의 젊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오랜 전통과 더불어 발 빠른 마케팅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먼저 신라면건면의 성장은 놀랍다. 농심 측은 “지난달 9일 출시한 이후 한 달 간 대형마트 라면매출 순위에서도 자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에 이어 건면이 3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주문에 생산 라인을 풀가동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생산 라인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농심은 기존 녹산공장 일반건면 생산 라인 2개 모두 신라면건면만 생산하도록 했다. 멸치칼국수, 메밀소바 등 주요 건면 제품을 번갈아 생산하던 것을 신라면건면 전용으로 바꾼 것. 농심 측은 “전용라인은 품목 교체에 따른 라인 정지가 없어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며 “신라면건면 생산량은 하루 최대 21만개에서 43만개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괄도네넴띤은 10~20대 젊은층 사이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현하는 것처럼 팔도비빔면을 괄도네넴띤으로 표기하는 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번져 나갔다. 팔도는 이를 제품명에 그대로 적용해 ‘5배 더 매운’ 괄도네넴띤을 지난달 19일 출시했다. 매운 멕시코 고추인 할라피뇨 분말과 홍고추를 넣어 기존 비빔면보다 매운맛을 더했다.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10만개 한정으로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도 안 돼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곧바로 이어진 2차 판매에서도 조기에 판매가 완료됐다. 포털사이트에선 “괄네넴띤을 어렵게 구매했다” “한정판 괄도네넴띤 시식 후기” 등의 글들이 올라와 괄도네넴띤의 인기를 증명했다. 팔도 측은 “다양한 맛을 위해 ‘새콤’ ‘달콤’ 매콤’이라는 컨셉트에 맞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2의 신라면건면과 괄도네넴띤이 되기 위한 라면시장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삼양식품은 올 들어 벌써 3가지 신제품을 내놓았다. 1월 ‘튀김칼국수’, 이달에 ‘튀김쫄면’과 ‘왕갈비통닭볶음면’이다. 농심도 1월 ‘순한너구리컵’에 이어 이달에 ‘감자면큰사발’을 출시했다. 맛도 개성도 모두 달라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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