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ㆍ성장 탐욕이 부른 미세먼지 대란
생명 유지 지구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
인간 삶ㆍ존재 양식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국은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다.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나 많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2.2명 당 자동차 1대를 굴리는데 중대형차 비율이 압도적이다. 친환경차 비중은 고작 2%. 그러면서 깨끗한 공기와 식수와 땅을 원한다. 사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 건물 외벽에 걸린 푸른 지구 그림 앞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는 모습. /고영권 기자

“자연에 대해 우리 인간이 승리했다고 너무 득의양양하지는 말자. 우리가 승리할 때마다 자연은 매번 우리에게 복수한다. 누구나 우선은 기대했던 결과를 얻게 될 것이지만 2차ㆍ3차적으로는 전혀 다른, 예기치 못한 결과들에 직면하게 된다.”(프리드리히 엥겔스)

인류의 역사는 ‘자연 파괴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은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자연을 공격하고 파괴해 왔다. 메소포타미아ㆍ마야 문명도 산림 파괴, 토양 침식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플라톤은 ‘크리티아스’라는 책에서 고대 그리스의 무분별한 벌목과 토양 오염을 걱정하기도 했다. 과거 환경 오염은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지 및 농토 개발이 주원인이었다. 그나마 한 지역이나 권역의 생태 파괴에 그쳤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복구도 이뤄졌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지금의 환경 오염은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치명적이다. 한 나라가 아무리 실효성 있는 규제와 단속을 동원해도 오염원을 철저히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구온난화, 해양산성화, 물 부족 등 생명 유지를 위한 지구시스템 전체에 균열이 생긴 탓이다. 예컨대 북극해의 얼음은 1970년대 후반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고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산악 빙하는 금세기 안에 완전히 사라진다. 히말라야 빙하가 없어지면 수억 명의 아시아인이 홍수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매 2초마다 축구장 한 개 면적의 산림이 벌목 등으로 파괴된다. 해양에는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산업ㆍ생활 폐수와 비료 성분이 유입된다. 그 결과 밑바닥 유기체가 부패해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국민 건강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분노가 커져 간다. 야당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문세먼지’”라고 공격한다. 보수언론은 현 정부 들어 원전 발전량이 늘었는데도 정치적 선언에 가까운 ‘탈원전’이 미세먼지 악화의 주범인양 몰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주문하자, 한중 인공강우 실시,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학교ㆍ거리에 대형 공기정화기 보급 등의 대책이 쏟아진다.

종일 희뿌연 하늘과 매캐한 공기가 일상을 짓누르니 화가 치미는 게 당연하다. 많은 국민이 ‘비상한’ 상황이라니 응급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냉정히 따져보자. 정부 대책과 시민의식으로 미세먼지를 극복할 수 있나. 오직 성장을 위해 자연을 파괴해 온 자본의 노예 과학기술이 환경 재앙을 막는 마법의 탄환이 될 수 있나. 당장 눈앞의 미세먼지만 환경 재앙인가. 우리는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고 느끼면서도 미세먼지처럼 눈앞에 보이는 자극적인 요소에만 반응한다. ‘환경 오염’이 진부한 용어로 전락한 이유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라. 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한 환경 재앙이 우리 목을 조르고 있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전역에서 계절이 사라져 가고 매일 150여종의 동식물이 멸종되는 현재의 문제다. 식수는 생활폐수로 썩어 가고 토양은 산업쓰레기와 핵 폐기물로 오염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가축이 식탁을 점령해 가고 있다. 자연파괴는 이제 인간과 다른 종(種)의 생명을 위협할 지경이다.

한국은 OECD 6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에너지 수입률 96%인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40%나 많다. 좁은 땅에 2,300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달리는데, 친환경차 비율은 고작 2%다. 우리가 가는 길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식 과소비 경제’라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는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계속 악화할 것이다. 우리 삶과 존재 양식을 자연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욕망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끊임없는 경제 성장과 자본의 무한 증식이라는 탐욕시스템과 단절해야 한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성장제일주의를 숭배하며 생존의 위기를 심화시켜 온 우리가, 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한 생태의 위기를 애써 외면해 온 우리가, 눈앞의 미세먼지에만 분노하는 건 너무 위선적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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