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디젤 게이트’로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대의 스캔들과 소송사태에 휩싸인 뒤로도 독일 폭스바겐 사의 공식 입장은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디젤 차를 생산할 것”이란 거였다.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미국ㆍEU의 강도 높은 규제와 내연기관차 특히 경유차(디젤)에 대한 부정적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관련 연구소나 기업들의 지배적 견해는 대체로 “디젤은 건재할 것”이라는 거였다. 연비가 가장 높고 경제적이라는 점, 대체수단인 전기차(와 수소차)의 성능과 공급량이 수요를 충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 디젤엔진의 촉매환원장치 개선 등 신기술 개발로 유해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는 점이 기대의 근거였다.
생산라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완성차 업체들의 그런 기대와 달리,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승패를 결정지을 궁극적 기준은 질소산화물과 같은 인체 유해 배기가스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가스라는 사실, 많든 적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한 기후변화는 악화할 수밖에 없고, 그 경향을 가속화하는 내연기관의 미래는 길지 않다는 윤리적 인식이 유럽의 소비자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돼갔다. 동시에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고성능 전기차들이 잇달아 출시됐고, 전기차 기술은 디젤엔진 배출가스 개선 속도가 결코 추월할 수 없을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말 폭스바겐의 최고전략책임자(미하엘 요스트)는 오는 2026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를 단종하고, 전기차에 주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디젤의 나라 독일의,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급진적 선회는 사실상 화석연료시대의 종말 선언이었다.
디젤 엔진은 독일 기술자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 1858.3.18~1913.9.29)이 1893년 특허를 얻고 97년 첫 시제품을 완성하면서 세상에 등장했다. 디젤 엔진은 뛰어난 성능과 연비의 강점 덕에 선박과 기차 등 대중교통과 건설ㆍ농업 등 분야의 기계에 주로 활용돼왔다. 산업혁명의 동력이던 증기기관처럼, 디젤과 내연기관도 예상보다 빨리 역사에서 퇴장할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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