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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탄핵 2년, 수구 결집과 집권연합의 미래

입력
2019.03.1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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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보수혁신을 내건 김병준 비상대책위의 인적 청산과 가치 재정립은 당내 계파갈등과 리더십의 부재로 실패했다. 이후 황교안 체제가 들어섰으나 5ㆍ18 망언의 역사적 사실 왜곡과 헌법 가치 부정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을 부정하고 국정농단의 단초가 된 태블릿PC 조작설에 동의했던 황교안 대표는 당권을 잡은 이후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집권세력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는 애당초 전당대회의 주제가 아니었다. 한국당은 강경수구의 단일대오로 지지를 결집하고 총선을 치를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한국당의 급진 우경화는 반역사적이며 헌법 체계를 거스르는 행태로서 냉전세력의 잔재 정도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란 고대 아테네의 공화주의적 덕성을 가진 시민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가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여야 통틀어 1위를 한 여론조사도 있다. 박근혜 정권의 사실상의 2인자에 대한 지지는 박근혜 탄핵 찬성에 대한 압도적 국민 여론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 해석의 영역을 넘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며, 한국당이 탄핵 전의 지지를 회복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집권세력은 사회경제 갈등을 드러내고 개혁 의제를 공론화하여 시민을 정치적으로 활성화시킬 동력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기존의 정치적 패러다임에 묻혀 선거 민주주의의 틀에 갇힌 일상적 정치세력으로 환원됐다. 민주당과 청와대, 정부의 집권연합이 개혁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진보야당과의 연대를 성사시켰어야 했다.

집권세력은 임기 초반 사회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으로 정치적 명분과 도덕적 우위를 견지했다. 그러나 높은 대통령 지지에 편승한 여당은 소수야당과의 연대에 거리를 뒀고, 개혁 의제를 공유하는 시민세력과의 협치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는 실종됐고, 지리멸렬하던 한국당의 수구적 반격에 직면해 개혁동력을 거의 상실해 가고 있다. 정치는 보수로 가장한 수구와 진보가 동렬의 층위에서 쟁투하는 갈등과 대립의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복귀했고, 선거 승리가 정당 존재 이유의 전부인 정당 이기주의적 무한경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정치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의와 공정에 대한 변별로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민주화와 국정농단 탄핵 등 국민의 보편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가치가 아닌 한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갇힌다. 갈라치기를 통한 세력 결집은 한국정치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며 이를 추동하는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한다. 극단적 이념과 정치적 편향의 동원, 가짜뉴스를 통한 진실 왜곡 등이 대표적이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을 벗어난 반민주적 사고가 세 결집의 자양분이 되는 풍토를 딛고 다시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이념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개혁, 소득과 부의 격차를 세습화하는 교육시스템과 사회 틀을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철학과 담대한 실천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허망한 ‘100년 집권론’, ‘20대 관련 발언’, 청와대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 부족 등은 그들을 지지하고 기대했던 시민들의 허탈감을 증폭시킨다. 민주당은 이 허탈이 지지 철회로 나타나고 내년 총선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엄중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한다.

탄핵 2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집권연합의 개혁 동력 상실은 잠재적 보수를 현재(顯在)적 보수로 치환시키고 이는 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제 개혁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재벌개혁, 전관예우 해체, 사학제도 혁신 등을 추동한다면 민주당은 다시 개혁세력의 위상과 명분을 획득할 수 있다. 총선 승리는 개혁의 결과로 얻어지는 전리품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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