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바지가 벗겨진 상황의 재연까지 요청한 것은 지나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0일 검찰의 이런 요구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체조협회 임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체육계 최초 ‘#미투’ 폭로자인 이경희(48)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담당 검사가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미수 상황 재연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라고 경찰에 수사지휘를 했다”며 “이를 거부할 수 없어 피해자는 바지가 벗겨지는 상황을 재연하는 영상을 촬영했다"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수사를 보고받고 '이것만으로 정황을 알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면서 이런 지휘를 내렸다.
인권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사실관계 확인 등에서 재연을 할 수는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자의 직접 재연을 금지하는 규정이나 꼭 필요한 경우라도 피해자의 굴욕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담당 검사에 대한 서면 경고 및 유사사례 발생 방지를 위한 교육도 권고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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