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공동위, 뾰족한 조치 안보여… 국제정치 힘의 논리 강하게 작용
1990년대초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의 국내 유입 문제가 대두된 이래 미세먼지 등 한국과 중국의 환경 문제는 3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국제 환경 분쟁의 특성 탓도 있지만, 과학적 규명이 뒤따른다 해도 환경 이슈에는 국제 정치의 ‘힘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건 1993년 양국 외교장관이 ‘한ㆍ중 환경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부터다. 미세먼지라는 표현이 낯설었던 당시에는 황사가 가장 큰 문제였다. 1980년대만 해도 한 해에 한두 번에 불과했던 황사가 1990년대 들어 1년에 5,6차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에 공식 논의를 요청한 결과 그 해 협정이 체결됐다. 이후 이듬해부터 두 나라의 외교부ㆍ환경부를 중심으로 한중 기후변화협력 공동위원회가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대기오염 등 환경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연구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하는 수준에 그칠 뿐 근본적인 대응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태도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사가 오염물질을 싣고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건 한국의 주장일 뿐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함께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에 대한 연구를 20년간 지속해오고 있지만 후속 조치 마련까지는 이르진 못하고 있다. 1999년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개국 환경장관회의에선 세 나라 정부가 산성비 문제 해결을 위한 동아시아 10개국 공동측정망 구축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고, 이듬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선 오랫동안 반대했던 중국의 동의로 처음으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04년 한국에 쌓인 황산화물의 약 2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공식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이에 따른 후속조치는 없었다.
황사ㆍ미세먼지 문제 해소를 위해 양국 정상 간의 논의도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한중 정상회담에서 황사 등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상 차원에서 중국에 환경 문제에 협력하고 공동 대응하자는 논의는 반복돼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세먼지 문제에 공동대응하며 협력해나가길 바란다”며 양국의 공동 대처를 강조했다.
중국과의 협력이 쉽게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은 환경 문제에는 과학적 인과관계보다 국제 정치 논리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미국과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과 영국ㆍ독일 등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가 간 문제에서 힘과 정치의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해도 해결이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단계적으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석태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은 “중국도 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양국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단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각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비정부기구(NGO)기구들이 국제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해 중국이 부담을 느끼도록 하거나, 당사국들이 공동 연구를 진행해 중국에 미세먼지 저감기술이나 장비, 인력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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