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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최악 인도-파키스탄, 양보 없이 “네 탓” 분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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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최악 인도-파키스탄, 양보 없이 “네 탓” 분쟁만

입력
2019.03.11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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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네팔서 양국 관련 해법 모색… 양국 갈등 심화로 공조 불투명 

히말라야산맥과 힌두쿠시산맥으로 북쪽이 막힌 인도와 파키스탄 북부 지역이 짙은 회색 스모그로 뒤덮여있다. 이 위성사진은 2018년 12월 29일 촬영됐다. 나사월드뷰 캡처
히말라야산맥과 힌두쿠시산맥으로 북쪽이 막힌 인도와 파키스탄 북부 지역이 짙은 회색 스모그로 뒤덮여있다. 이 위성사진은 2018년 12월 29일 촬영됐다. 나사월드뷰 캡처

지구상에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어딜까. 대기질 분석 회사 아이큐에어(IQAir)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남아시아 3개국이 1~3위를 휩쓸었다. 방글라데시가 97.1㎍/㎥로 1위, 파키스탄이 74.3㎍/㎥ 인도가 72.5㎍/㎥로 세계 최악의 공기질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10㎍/㎥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다.

이쯤되면 공기질 개선을 위한 3국간 협력이 필수적인데, 앙숙관계인 세 나라 사이에는 어떤 협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모든 문제가 상대 국가 때문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실제 카슈미르 등 국경 문제에서도 일촉즉발 긴장을 유지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히말라야와 힌두쿠시 산맥 등 고산지대 때문에 발생하는 대기 정체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있지만 자국 이익추구에만 몰입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 내내 정체된 공기가 두 나라를 뒤덮어도 오염원 차단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노후 차량을 방치하고, 두 나라 모두 국경지대인 펀자브지역에 경쟁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짓는가 하면, 오래 전부터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반 시민들의 쓰레기 무단 소각은 물론 농민들의 화전도 통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펀자브 지역에 걸쳐 있는 파키스탄 라호르는 지난해 114.9㎍/㎥의 PM2.5 농도를 기록했다. 인도 수도 델리도 113.5㎍/㎥로 남아시아 도시 중 초미세먼지 수치서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델리 인근 구르가온은 135.8㎍/㎥로 초미세먼지 농도로 세계 1위다.

공기질 악화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상대방을 악의 화신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모면하고 있다. 스모그가 파키스탄을 강타한 지난 2016년, 파키스탄 정부는 모든 게 탐욕스러운 힌두교도 때문이라며 인도에 잘못을 돌렸다. 파키스탄 정치인들은 인도령 펀자브 지역의 오염물질이 파키스탄으로 넘어 왔으며 매년 가을 열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기간 중 펼쳐진 대규모 불꽃놀이를 오염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인도는 파키스탄의 대기 오염에 인도 잘못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퇴행적 관계는 두 나라 모두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되어도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다. 파키스탄 기후변화부의 무하마드 살림은 지난해 “파키스탄 자체적인 문제는 미미하며, 최대 70%는 (인도에서) 국경을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노후차량과 화력발전 억제 등 자체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인도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를 대기오염 주범으로 몰아붙이기 전에 2015년 파키스탄의 차량 등록 대수가 2000년 대비 세 배나 늘어난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두 나라의 일부 전문가들은 해법 모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달 안에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나 자료 공유 등 대기 오염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상생의 해법을 찾으려면 두 나라 모두 일정 부분 양보를 해야 하는데, 저 나라한테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정치적 앙금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의 파키스탄 공습과 파키스탄 공군의 인도 공군기 격추 등 양국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공조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주요 외신이 1992년의 유엔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서 “평화, 발전, 환경보호는 상호의존적”이라고 규정한 부분을 소개하며,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조를 주문하는 것 역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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