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건설 책임 다해달라”… 김정은 2기 체제로
북한이 10일 남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다.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도출 실패로 대북 제재 국면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다. ‘하노이 담판’ 결렬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첫 메시지대로 2기 김정은호(號)는 경제 건설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중앙선거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쯤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8시 현재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를 위한 전국의 모든 선거구들에서 다른 나라에 가 있거나 먼 바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선거자들을 제외하고 선거자 명부에 등록된 전체 선거자들이 투표에 참가하였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김책공대는 북한 최고의 이공계 종합대학이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 후보자인 홍서헌 김책공대 총장과의 대화에서 “나라의 과학 교육과 경제 건설을 견인하는 기관차로서 (김책공대가)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도록 앞으로 일을 더 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김책공대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 참석 차 베트남에 다녀온 뒤 김 위원장이 나선 첫 공개 행보다.
과학ㆍ교육 중시 정책의 상징인 김책공대를 투표 장소로 고른 건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노동당 전략 노선을 김 위원장이 재확인하려는 의도였으리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전날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7일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임무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제시한 첫 메시지였다. 13기 대의원 선거(2014년 3월 9일) 뒤 바뀐 당과 군부, 내각의 권력 구조가 반영돼 재편될 14기 최고인민회의는 대북 제재 국면 타개를 위한 정책 마련에 몰두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하노이 담판 결렬에 따른 김 위원장 권위 훼손과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체제 결속용 이벤트로 활용될 듯하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모두 다 선거에 한 사람같이 참가하여 우리 인민 주권을 반석 같이 다지자’ 제하 사설 등으로 대의원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에 등록했다는 사실을 선거 20일 전에 알린 13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어느 선거구에서 대의원 후보로 나섰는지 선거 당일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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