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8일 각료회의에서 ‘부흥에 관한 기본방침’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2021년 3월 폐지되는 부흥청의 후속 조직 설치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 복구와 부흥에 당초 설정한 10년의 기간으로는 역부족임을 시인한 셈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9일 동일본대지진 8주년에 앞서 이와테(岩手)현을 방문해 “정치의 책임과 리더십 하에서 정부가 하나가 돼 대응하기 위한 후속 조직을 설치하고 부흥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전부터 “도호쿠(東北) 지방의 부흥 없이는 일본의 재생이 없다”고 강조한 아베 내각은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福島)ㆍ미야기(宮城)ㆍ이와테 등 도호쿠 3현 부흥에 집중해 왔다. 특히 원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를 2020년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릴레이 출발지로 삼고 야구 등 일부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피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일본 부흥의 이미지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 복구는 현재진행형이고 부흥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인식이 대체적이다. 당장 피해 지역 주민들의 체감도부터 낮다. NHK가 도호쿠 3개현 주민 1,6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계획대로 부흥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65.6%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29.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피해지역 부흥을 뒷받침할 것”이란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올림픽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로 “‘부흥 올림픽’은 유치를 위한 명목에 불과하다”(53.9%),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51.6%)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주민도 적지 않다.
또 “대지진으로 인한 심신의 영향이 남아있다”고 밝힌 응답은 64.3%에 달했다. 지난 1일 기준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5,897명, 실종자는 2,533명으로 집계됐다. 피난 생활 등에 따른 건강 악화로 숨지거나 자살한 이른바 ‘재난관련 사망자’도 3,701명에 이른다. 지진 발생 8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설주택 등에서 피난 생활 중인 사람도 5만1,778명에 달한다.
원전 피해 복구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수소폭발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작업은 30~40년 후에나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폐로 작업이 본격화하지 못하면서 100만톤에 이르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안을 두고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크다. 방사능 오염 제거에 사용된 1,400만㎥에 달하는 제염토 처리도 골칫거리다.
이렇다 보니 아베 총리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풍평피해(風評被害ㆍ소문에 따른 피해)를 없애기 위해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식품을 시식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품 가격은 여전히 원전사고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 등을 포함한 24개국ㆍ지역의 후쿠시마현산 식품 수입 규제도 여전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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