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 제재 문턱도 넘어야… 대북 협의 뒤로 미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의 대북 반출을 제재 예외로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독자 제재 문턱을 넘기 위한 추가 협상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진행을 위해 필요한 물자들의 대북 반출을 허용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신청을 8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대북제재위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 합의 도출에 실패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인도주의적 남북 교류 협력 사업에 유엔이 제재 적용을 면제해준 건 처음이다.
안보리 벽은 넘었지만 미국 독자 제재라는 관문은 남아 있다.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은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이 북한 등 테러지원국으로 반출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어, 장비를 북한에 전달하려면 미국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전망이 비관적이지는 않다. 대표적 인도주의 사업인 화상상봉에 대해 미국이 포괄적인 제재 면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말 ‘하노이 담판’ 결렬 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징후가 감지되면서 애써 개선한 북미관계가 자칫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기여서다. 미국이 사실상 주도하는 안보리가 제재 면제 요청을 승인했다는 사실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정황이다.
대미 협조 요청은 이미 외교부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논의는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한미 워킹 그룹 회의 등을 통해 진행될 듯하다. 다만 안보리의 제재 면제 결정을 근거로 마치 미국을 압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조심스러운 기색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상상봉 물자 반출과 관련해 유관국과의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만 했다. 미국과의 협의 종료 뒤 대북 협의를 진행한다는 정부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와의 합의가 마무리돼야 북한과 화상상봉 및 물자 전달 시기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소극적일 수만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8번째 방북 신청과 관련해 최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미국의 양해를 적극 구하라’는 취지의 대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설 점검 차원의 방북을 허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다양한 경로로 미국에 전달되고 있다. 조 장관은 5일 “가동이 아닌, 점검ㆍ유지 차원의 작업들은 제재 틀 내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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