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여자프로농구의 ‘맏언니’ 임영희(39ㆍ우리은행)가 사상 최초로 6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웠다.
임영희는 8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19 여자프로농구 OK저축은행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코트를 밟았다. 이로써 1997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전인미답의 기록인 600경기를 채웠다. 임영희 다음으로 신정자와 변연하가 각각 586경기, 545경기에 나갔지만 둘은 모두 은퇴했다.
다음 시즌부터 우리은행에서 코치로 시작하는 임영희는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에서 정규리그 통산 600번째 출전 기록을 세우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우리은행 구단은 떠나는 전설을 위해 특별 유니폼을 제작했다. 선수들 유니폼엔 ‘600경기’와 등 번호 아래 ‘임영희’ 이름이 모두 새겨졌다. 임영희와 호흡을 맞춰 ‘우리 왕조’를 연 주역 박혜진(29)도 일본에서 손가락 치료를 마치고 귀국해 선배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다. 이날 임영희는 10점을 올렸고, 우리은행은 83-52로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1999년 신세계에서 프로에 데뷔한 임영희는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다. 신세계 시절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식스맨이었지만 2009~10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뒤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우리 나이로 서른 살에 전성기를 열고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2012~13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상(MVP)을 동시에 석권했고, 2013~14시즌에도 챔프전 MVP에 뽑혔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최근 10년간 경기에서 빠진 횟수는 네 차례에 불과하다. 위성우(48) 우리은행 감독은 평소 임영희를 ‘고목’에 빗대며 “항상 팀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특유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했다. 임영희와 같은 나이에 은퇴한 전주원(47) 코치 역시 “영희는 내가 같은 나이에 뛸 때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고 체력도 좋다”고 칭찬했다.
또한 2017년 WKBL 창립 20주년을 맞아 선정한 여자농구를 빛낸 12인에 정은순, 전주원 등 쟁쟁한 선배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남북 단일팀의 주장을 맡아 은메달을 획득했다.
현역 마지막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통합 7연패에 실패했지만 임영희는 챔프전 7년 연속 우승을 위해 용인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3전2승제)를 준비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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