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m 구조물 제작
5월 ‘미술계 올림픽’ 선보여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이불(55)이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과정에서 나온 녹슨 철조망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5월 11일 개막) 본 전시에서 선보인다(본보 2월 21일자 1면). 이탈리아에서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현대미술 전시 행사다. 이불의 GP 철조망 작품 전시는 평화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사무국은 8일(현지시간) 이불 등 3명의 한국 작가가 포함된 본 전시 참여작가 79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불과 작업해 온 PKM갤러리에 따르면 이불은 GP의 녹슨 철조망으로 높이 4m의 구조물을 제작한다. 이 작품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전시된다. 1953년 정전 협정 후 설치된 GP는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다. 이불은 GP 잔해에 담긴 역사성과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줄 작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불의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 참여는 1999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불은 201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을 정도로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다. 이불은 GP 잔해를 활용한 작품 외 2점을 이탈리아 국가관에 전시한다. 영국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회고전에 출품한 적 있는 섬유조각 ‘혀의 스케일’과 실크 벨벳 페인팅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은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인 랠프 루고프다.
본 전시엔 이불 외에 한국 작가 강서경과 아니카 이도 참여한다. 강서경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땅 모래 지류’ 연작을, 쟈르디니 공원에서는 대표작인 ‘그랜드마더 타워’를 선보인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서경은 전통을 재해석해 현재의 풍경을 분석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 중인 아니카 이는 과학을 접목한 실험적인 작업으로 유명하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휴고보스상을 받았다.
본 전시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총감독이 기획하는 본 전시와 각 나라 대표작가들이 전시를 꾸리는 국가관으로 구성된다. 올해 한국관은 김현진 예술감독이 이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주제로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이 작품을 선보인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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