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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미정상회담 무산 첫 언급…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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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미정상회담 무산 첫 언급…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나”

입력
2019.03.08 18:48
수정
2019.03.0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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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난 속 우회 공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북한이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내부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사실을 처음 알렸다.

노동신문은 이날 6면에 ‘고약한 섬나라 족속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번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북미정상)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 마지 않았던 (대)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이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회담 결렬에 ‘손뼉을 치는 얄미운 일본’을 비난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모든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 회담 결렬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해 전 주민에게 알린 셈이다.

특히,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표현해 회담 결렬에 대한 충격을 드러내면서 ‘대내외 여론’을 앞세워 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에게 미룬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회담 실패를 숨기기엔 한계가 있는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뿐 아니라 실무진의 책임론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도 이번 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얻어 내 힘겨운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회담 결렬 사실을 내부에 공개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미국의 책임을 성토하지 않은 점에 주목,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문이 “온 세계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 과정이 순조롭게 흐르고 조미(북미) 관계가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 매체들은 앞으로 하노이 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김 위원장의 권위와 지도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명분을 세워 포장해 주민들에게 선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차 북미회담에 대한 후속 대응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북미회담이 생산적이었고 앞으로 북측과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은 6일(현지시간) 미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및 미 정부 측 인사들과 워싱턴에서 만나 우리 정부의 중재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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