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성평등 향한 도약’ 보고서
“35%로 32개국 중 가장 높아”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국가별 성별 저임금 근로자 비율/ 강준구 기자/2019-03-08(한국일보)

한국의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35%에 달해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의 임금 차별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ILO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간한 ‘성평등을 향한 도약’(A quantum leap for gender equality)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전일제 근로자 기준)은 3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여기서 저임금 근로자란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버는 근로자를 뜻한다. 국가별 통계 보고 시점은 2014~2017년 사이다. 저임금 여성 비율이 가장 적은 나라는 벨기에로 5.4%였고, 이탈리아(9.1%), 핀란드(9.6%), 덴마크(11.5%), 프랑스(12.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과 함께 이스라엘(30.4%), 에스토니아(29.6%), 미국(29.1%) 등은 여성 저임금 비율이 높았다. 32개국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의 평균은 23.8%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한국이 14.3%로 32개국 남성 평균 14.7%보다 낮았고, 순위도 중간 수준인 14위였다.

육아기 자녀를 둔 여성이 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임금이 줄어드는 건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이런 임금 격차가 도드라지는 편이다. ILO가 임의로 23개국을 선별해 0~5세 자녀가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임금 수준(미취업자 포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비 육아기 여성이 육아기 여성보다 12.6%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는 23개국 중 터키(29.6%), 러시아(14.7%), 마다가스카르(14.6%), 페루(12.9%)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중국(10.4%)이나 호주(5.0%), 미국(4.3%), 캐나다(1.2%) 등은 한국보다 격차가 적었다.

아동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 주로 맡겨진 만큼 육아기 자녀를 둔, 한창 때의 남성은 비 육아기 남성보다 오히려 임금이 높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한국의 육아기 남성은 비 육아기 남성보다 26.0%나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나, 비교 대상 23개국 중 이런 격차가 가장 컸다.

성차별 개선은 전 세계적인 과제이다. 이 보고서를 인용한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세계의 남녀간 고용률 차이는 2%포인트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더 많은 여성이 취업을 원한다는 여론 조사가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여성들이 취업할 가능성은 남성보다 26.0%포인트 낮았다. ILO는 여성 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육아나 간병 등 과중한 가족 부양 부담을 꼽는다. ILO 성평등 분야 책임자인 마뉴엘라 토메이는 AFP에 “지난 20여년간 여성이 무보수 가족 부양 및 가사에 들인 시간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지만 남성들이 이런 일에 들인 시간은 8분밖에 늘지 않았다”며 "이런 속도라면 남녀가 가족 부양 등에 같은 시간을 쏟는 데는 2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IL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노동 가능 연령 여성의 21.7%(약 6억4,700만명)가 정규직 노동자 수준의 시간을 무급 부양 등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 국가들은 그 비율이 51.7%에 달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27.0%로 평균보다 많았다. 반면 남성은 같은 비율이 1.5%(4,100만명)에 그쳤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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