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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창’ 대신 중기 보호 ‘방패’ 든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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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창’ 대신 중기 보호 ‘방패’ 든 박영선

입력
2019.03.08 17:43
수정
2019.03.08 20: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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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부처 장관 교체 ‘중폭 개각’… 비문계 4선 朴 중기부 장관 발탁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인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맡겨 ‘탕평’ 평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단행한 7개 부처 중폭 개각의 간판인물은 비문(재인)계 4선 중진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의정활동에서 삼성 등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워 ‘재벌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스타정치인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는 현정부의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화두를 적극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18개 부처 가운데 현정부 출범과 함께 한 조각 멤버는 법무부ㆍ보건복지부ㆍ외교부 등 3곳만 남게 됐다. 집권 3년차를 대비한 ‘문재인정부 2기 내각’ 개편이 완성된 것이다. 박 후보자와 함께 4선 중진의 진영 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여권내 비주류발탁에 따른 탕평ㆍ통합인사의 성격이 담기게 됐다. 이들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 통일부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국토교통부에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해양수산부에 문성혁 세계해사대 교수를 각각 장관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이의경 성균관대 교수를, 광역교통위원장엔 최기주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이번 개각의 ‘키 맨’으로 꼽힌다. 중기부에 앞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하마평에도 잇따라 올랐다. 사법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에 줄곧 힘을 쏟아온 이력 때문이다. MBC기자 출신인 그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권력기관 개혁 관련입법을 주도해 왔다는 점이 감안된 전망이었다.

박 후보자는 무엇보다 ‘삼성 공격수’로 유명세를 탔다.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증여문제를 앞장서 비판해왔다. 특히 현정부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를 완화하는 ‘은산분리 부분 완화 법안’을 추진할 당시에도 소수의견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 법률안)’을 발의한 선례도 있다. 때문에 이런 그가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으로 등장해 대기업 주변에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 인사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20대 청년들, 창업벤처기업가,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문 정치인인 박 후보자에 대해 그간 여권 내 견제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당시 친문계 의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도 가깝다. 그러나 결정적인 고비마다 그는 정치인 문재인에 힘들 보태줬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2016년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 중이던 안철수 당시 의원의 신당 합류 요청을 거절하고 정권재창출에 힘을 보탰다”며 “문 대통령이 고마워하는 부분”이라고 여권 내 다른 기류를 전했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박 의원을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하고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에 붙은 ‘재벌 저격수’라는 타이틀이 반기업 정서로 비춰질 가능성에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특유의 돌파력에 더 큰 기대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언론인 시절부터 쌓아온 경제에 대한 식견을 토대로 재벌개혁,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의정활동을 열정적으로 수행했고, 경제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능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 측도 중기부행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제민주화 문제에 주력해 온 만큼 중기부 장관 자리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전언이다. 서울시장 도전 등 비상을 꿈꾸는 박 후보자로서는 경제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경우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계산도 없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제2의 벤처 붐 조성, 쇠락해가는 제조업을 되살리는 스마트 제조혁신전략 실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선진국 정착을 위해서 중소ㆍ벤처기업 중심 경제로의 대전환이 예고돼 있다”며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보다 더 겸허한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남 창녕군 출생 △수도여고ㆍ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MBC 기자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제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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