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날은 여성들이 광장에 나와서 자신들이 경험한 차별, 폭력, 편견, 혐오에 대해 말하고, 그것을 멈추라고 요구하며 행동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하는 세계 여성의 날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은 1908년 뉴욕에서 시작한 섬유산업 여성노동자들의 거리투쟁에서 시작한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1911년 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14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죽은 이들은 대부분 유대인과 이탈리아 여성 이민자였다. 이 외에도 전 세계 여성들이 끊임없이 더 나은 삶과 노동을 위해 나선 결과 세계 여성의 날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세계 여성의 날은 축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의 죽음, 애도, 노동, 권리의 가치를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2019년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떠올리면, 100여년 전 뉴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했던 삶과 닮은 점이 많다. 산업체계도 다르고, 근무 시간도 다르지만, 일터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임금차별, 성차별 문제는 여전하다. 또 고위 간부나 국회의원 등 대표자나 결정 권한을 지닌 이들은 남성이 많고, 대다수의 여성은 비정규직에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상황에서 평등한 조직으로 나아갈 길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편,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여성들의 형편이 나아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단순히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폭력, 성희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성평등에 대한 인지는 단순히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갑자기 생기는 감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의 수뿐만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임금, 시간, 성평등한 조직문화, 권력관계 등 노동환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이다. 그리고 만약 어떤 일터에 여성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이라고 느낀다면, 그 일터는 남성에게도 열악한 노동환경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은 ‘빵과 장미’로 비유되고는 한다. 빵과 장미가 상징이 된 배경에는 여성의 노동을 단순히 생계 문제(빵의 문제)로만 축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빵과 장미는 그동안 여성들이 일터에서 경험한 차별과 억압과 빈곤에 대해 공감하고, 세상을 함께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와 연대의 표현이다. ‘빵과 장미’가 지닌 함의는 여성을 일하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자, 존엄한 존재로서 영혼과 사랑을 지켜가겠다는 역사적 약속이다.

1911년 제임스 오펜하임이 발표한 시 ‘빵과 장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행진하고 행진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이 죽었다. 빵을 달라는 아주 오래된 그들의 노래를 우리의 노래로 부르며 외친다. 틀에 박힌 고된 노동을 하는 그들의 영혼은 작은 예술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알았다. 그래, 우리는 빵을 위해 싸운다. 그러나 우리는 장미를 위해서도 싸운다.”

3월 8일,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빵과 장미를 외치며 바꾸고자 했던 사회는 일하면서 죽는 사람들이 없는 안전한 일터였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 삶이었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사회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염원과 함께 늘 변해 왔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여성들의 노동권을 지키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여성들이 있다. 그 덕을 지금의 내가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나은 삶과 노동 환경에서 일하기를 기대하며, 기꺼이 즐거운 세계 여성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