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은 지구촌 곳곳에서 땀 흘려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날이다. 그런데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루 종일 마블 시리즈 영화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있거나, 심지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월급을 주는 직장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 숨어있는 ‘신의 직장’들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달간 침대에 있는 것만으로 1만8,500달러(약 2,162만원)를 벌 수 있는 직장을 소개했다. 파격 제안을 제시한 곳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 두 기관에서 선발된 여성 12명은 9월초부터 독일 쾰른에서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월 1,000만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남성 12명은 이미 선발이 완료됐다.
물론 NASA와 ESA가 이 같은 혜택을 베푸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다리 쪽이 약간 높은, 기울어진 침대에 누워야 한다. 오랜 시간 다리가 머리보다 더 높이 위치하면 다리 쪽으로 흐르는 피가 감소해 근육 퇴화를 겪을 수 있다. 대신 중간중간 실험실에 방문해 혈액을 손발로 보내주는 회전기에 탑승한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근육 퇴화를 겪는 우주비행사와 유사한 상황을 조성한 뒤, 회전기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24~55세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지만,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스웨덴에는 놀기만 해도 매달 260만원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평생직장이 등장했다. CNN에 따르면 스웨덴 교통부와 공공예술부는 2026년 완공되는 예테보리의 코쉬바겐 기차역에서 일할 직원 한 명을 2025년 모집할 예정이다. 임무는 매일 아침 기차역 탈의실로 출근해 출근 카드를 찍는 것뿐이다. 퇴근 기록도 남겨야 하지만, 그때까지 기차역에 머물 필요는 없다. 그 사이 스스로 일을 만들든, 취미생활을 즐기든, 먹고 마시며 놀든 상관없이 한 달 2,28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연금과 휴가도 공무원 수준으로 보장된다.
스웨덴 예술가 시몬 골딘과 야코프 세네비가 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들은 프로젝트 제안서에서 “자동화 시스템과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오늘날 우리 모두가 과도하게 생산적”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근대성의 핵심인 성장, 생산성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주어진 상금 600만 크로나(약 7억2,000만원)를 굴려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월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행운의 주인공이 될 기회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영화 팬이라면 ‘꿀알바’를 놓치기 않기 위해 영화 관련 해외 사이트를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 케이블TV닷컴은 지난 15일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마블 시리즈 광팬들을 모집했다. 이들이 할 일은 ‘아이언맨’(2008)부터 ‘앤트맨과 와스프: 나노배틀!’(2018) 등 지금껏 나온 마블 영화 20편을 연달아 감상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뿐. 40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진정한 마블팬에게는 1,000달러(약 113만원)는 물론 마블 캐릭터들이 그려진 기념품이 주어졌다. 여전히 많은 마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음 기회가 또 언제 열릴지 모를 일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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