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임신 이유로 한 명백한 고용 차별 판단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유산 치료를 위해 휴직서를 낸 직원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사직을 강요한 건 임신을 이유로 한 명백한 고용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종합복지관에서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9월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회사에 병가와 휴직을 신청했지만 이를 모두 거절당하고 되레 사직을 권유 받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복지관은 A씨의 휴직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복지관장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인사위는 A씨가 아직 임신한 상태가 아니고 습관성 유산이란 병명이 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병가와 휴직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관은 A씨에게 추후 다시 인사위를 열겠다고 통보했지만, A씨는 인사위가 열리기 전 “회사의 사직 권유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관은 “A씨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장애아동의 부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사표를 수리했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하지만 A씨 설명은 달랐다. A씨는 습관성 유산 진단을 받은 후 병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휴직을 신청했는데 인사위원들이 직장과 임신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며 사직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사위는 A씨를 앉혀 놓고 “너 꼭 임신하고 싶으냐. 임신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하지 왜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하냐”, “늦은 나이에 임신하려는 네가 대단하다”, “내 친구는 임신했는데 억원이 들었다더라. 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식의 인신공격적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습관성 유산 치료와 안정적인 임신을 유지하려면 임신 이전부터 안정치료가 필요해 장기 병가 또는 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또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A씨의 병가 또는 휴직을 내줄 수 있는데도 인사위원들이 A씨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상황을 종합할 때 해당 복지관이 임신을 이유로 한 차별을 했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지역 도지사와 복지관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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