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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만으론 비핵화 해결 못해” 느긋한 중국이 최종 승자?

입력
2019.03.09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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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됐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결렬된지 열흘이 되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와 ‘민수분야 제재해제’를 놓고 이견이 커 빈손으로 회담장을 떠난 이후 양측 모두 기싸움에 돌입한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재개 의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제재 강화 가능성을 흘리며 압박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화 유지를 말하고 있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포착되는가 하면 ‘새로운 길’을 거론하는 등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발산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 담판 당시 현지를 함께 취재했던 본보 외교안보팀과 호찌민·워싱턴·베이징특파원이 한반도 정세를 놓고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벌써 열흘이 됐어요. 북미 양측의 득실이나 승패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올해는 가을야구(가야)=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최종 승자는 중국인 거 같은데요. “거봐라, 내가 안 끼면 니들 둘이서는 도저히 못하겠지?”라며 용용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트럼프가 승자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김정은이 끝내 백기투항하지 않는 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역으로 트럼프가 조급해할 수도 있습니다. 북핵 피로감도 상당할 거구요. 반면 중국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회담 결렬 당시 기사 작성을 위해 미리 섭외해둔 중국측 전문가는 “정말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은 특유의 느긋한 반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쩍 평화체제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6자회담 당시 자신들의 치적으로 9ㆍ19공동성명을 재차 거론하며 다자협상의 판으로 몰아가는 모습입니다.

불나방=한국이 미국보다 북한 편을 든다는 한미 불화설이 다시 돌고 있어요. 트럼프조차 압박으로 돌아섰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가당찮게 남북 경협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된 일인가요.

판문점 메아리=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가짜 뉴스가 많다고까지 하면서 한미 이상설을 일축했는데요. 실제 보수 진영에 의해 현실이 과장되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자신의 국내 정치 이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민의 안전만을 위한 ‘스몰딜’(작은 거래)을 감내한 뒤 요란하게 성과로 포장할 거라는 걱정이 사라지자, 자국 내 회의론자들과 불화하고 김 위원장과 친하게 지낸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원망했던 보수층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보수지들이 외신의 권위에 편승해 불화론을 키우는 형국인데요. 입맛에 맞는 사건을 부풀리는 전형적 방법입니다. 유력 보수지가 인용한 미 경제 매체 보도가 서울발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의 공신력이 썩 훌륭하지 않다는 지적이 속출했습니다.

가야=중국에선 한국의 돌파구로 해석합니다. 그러면서 부추기는 모습입니다. 미국이 비핵화 국면을 독점하면 아무래도 중국이 큰 목소리를 낼 수는 없죠. 더구나 무역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미국을 달래야 하니까요. 반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고 쭉쭉 치고 나서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면 한층 상황이 수월해지니까요. 신문 사설로 대놓고 한국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한국을 띄우는 건 이례적인 일이죠.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카톡_2차 북미정상회담_신동준 기자/2019-03-0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카톡_2차 북미정상회담_신동준 기자/2019-03-08(한국일보)

불나방=청와대와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정말 짐작하지 못했을까요.

워싱턴 사립탐정=청와대가 북핵 협상의 복잡한 이면을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아요. 특히 이런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청와대의 입맛에 적응하기 위해 밑에서 제대로 된 보고가 올라가지 않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상간 담판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긴 했지만 하노이 회담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의도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 실무진을 건너 뛰고 트럼프 대통령을 구슬려 영변으로 경제제재를 다 풀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이는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묵인해달라는 요구지요. 반면에 미국은 노딜 카드를 미리 준비해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자세로 임했다고 볼 수 있어요. 북한에겐 뒤통수를 맞고 미국에겐 정보 공유를 받지 못한 모습이죠. 이번 회담의 최대 패배자는 한국 정부라는 얘기도 나와요. 협상 관련 라인의 교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과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데,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조차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나방=결렬 분위기가 감지될 당시 하노이 현지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파견된 우리 정부 당국자들 표정은요.

호찌민 쌀국수=팽팽 그 자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오 예정이던 오찬이 30분 지나도 시작 안되고 있을 때 불안불안 했죠. 그 와중에 회담장 주변에 있던 북한, 미국 경호원간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결렬됐고, 신문사 본사에 보낼 지면계획을 뒤집어야 엎어야 했습니다.

마음은 콩밭에(콩밭)=하노이에 파견된 수천 명의 취재진 전원이 정상회담장에 갈 수는 없어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회담장을 지켜봤습니다. 낮 12시 오찬 장소에 나타나기로 했던 두 정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회담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기자들이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고, 그때부터 정부 당국자를 찾아 상황 설명을 요청하기 시작했어요. 당국자들도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요. “프로그램이 일부 변경됐다”는 백악관 공지에도 ‘설마 취소일까?’라고 생각했지만, 두 정상은 각자 차량으로 숙소로 이동했어요. 프레스센터도 일순간 조용해졌어요.

불나방=북한 외무성 당국자들이 트럼프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기습기자회견을 열었고 한국 언론 대부분이 커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본보는 회견에 이어 최선희 부상 인터뷰까지 성사시켰죠. 상황이 어땠나요.

도렴동 흰둥이=하노이에 파견됐던 본보 취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멜리아 호텔에 수일간 머물며 북측 대표단을 '밀착마크'했습니다. 물론 마크라 해도 삼엄한 경비 탓에 접근이 제한적인 데다 호텔 로비 등 공용구역에서 쫓겨나기 일쑤였지만요. 최 부상을 마주친 것도 바로 로비에서 쫓겨나던 중이었어요. 다만 며칠간 본 결과 회담 전에 비해 북측 경계 태세가 확연히 부드러워진 감이 있어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최 부상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이내 답변을 쏟아냈죠. 최 부상이 언론 노출을 노리고 나타났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최소 '언론 질문이 왔을 때 우리 입장을 설명하라'는 지침은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콩밭=김 위원장이 머무는 숙소 인근에 있다가 외신기자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어요. 분명 출입 통제 지역인데 말이죠. 알고 보니 ‘기자회견이 있다’는 긴급공지를 베트남 외교부로부터 받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공식초청을 받지는 않은 상태여서 “우리도 들어가야 한다”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허가를 받아 현장을 취재하던 팀원 4명 모두가 회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인터뷰 역시 다음날 호텔 안에서 ‘뻗치기’(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일)를 하다가 이뤄졌어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7분간의 인터뷰에 응한 것을 보면, 입장을 밝힐 창구가 필요하던 차에 본보 등 기자들을 만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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