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등 항소심 징역형, 대법 확정 땐 당선 무효... 한국당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국회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인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수백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심사를 담당하는 핵심 상임위를 놓고 원칙 없는 위원장직 나눠먹기를 한 정치권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황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총 투표수 253표 중 찬성 203표를 얻어 예결위원장에 선출됐다. 교섭단체인 한국당 몫이라는 점을 감안한 여야에서 고루 표가 나온 셈이다. 이날 표결은 지난해 7월 취임한 한국당 안상수 전 예결위원장의 사임에 따라 이뤄졌다. 황 의원은 안상수 의원 후임으로 예결위원장 직을 맡기로 지난해 한국당 내에서 결론이 나 있었다. 전형적인 인기 위원장직 나눠먹기 관행이다. 통상 국회 상임위ㆍ특위 위원장은 3선 이상 중진이 맡는데 입김이 강한 요직은 경쟁이 치열해 임기를 반으로 나눠 맡는 것이다.
문제는 황 의원이 얼마 전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점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2억3,900여만원도 더했다. 사실심인 항소심에서 사실관계가 가려진 만큼 대법원에서 법리 오인만 없으면 이대로 징역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징역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그렇게 되면 예결위원장도 공석이 된다. 당장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 심사 가능성이 열려 있어 자칫 위원장 공백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 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황 의원 추천 고수를 놓고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잖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해 안상수 의원의 예결위원장 취임 전 나눠먹기가 정해졌더라도 2심 판결이 나와 대법원 판단만 앞둔 상황에서 그대로 황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당이 민 것은 자칫 국민 정서와 상식적 판단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이미 당에서 결정한 부분이라 번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올 6월까지 임기인 안 전 위원장이 중도 하차하며 교체된 점을 두고도 일각에선 “대법 판결을 앞둔 황 의원을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내보인다. 다만, 안상수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취임 직전 올 2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연말까지만 예결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미리 당에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최근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은 했으나 후보 등록은 하지 않고 중도 포기했다.
황 신임 예결위원장의 임기는 올 6월까지다. 국회법상 보임 위원 임기는 사임 위원 임기의 남은 기간이다. 이후 다시 선출 절차를 거치는데 황 예결위원장의 연임이 가능하다.
이날 같은 당 3선 윤상현 의원은 외교통일위원장에 선출됐다. 강석호 전 외통위원장이 안 의원과 함께 사임하며 후임이 된 것으로, 이 역시 위원장직 나눠먹기에 따른 것이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2010년부터 줄곧 외통위에서 활동했고,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 등을 보유한 국제정치 전문가로 당내에서 통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