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회담 후 실망감 공개적 첫 거론… 볼턴 “트럼프, 대화 재개 열린 마음” 강온 전술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 경고에 나섰다. 핵 미사일 실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 판의 한계선으로 설정해온 것으로서 북미 대화의 판 자체가 달라지는 중대 변수다. 제재 해제가 급한 북한 역시 미사일 실험 재개 시 전면적인 제재 압박에다 기껏 구축한 북중 관계도 흔들릴 수 있어 일단 심리전의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복구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사실로 확인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실망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일단 "지켜보려고 한다. 확인하기에 아직 너무 이르다"며 북한 의도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매우 실망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매우 이른 리포트"라고 거듭 말하면서도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결국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최근 평양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도 물자 수송용 차량의 이동이 증가하는 등 변화가 포착됐다고 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보고했다. 산음동 연구단지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등이 생산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의도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전제로 했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로는 사실상 처음이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후속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미사일 실험 중단을 근거로 김 위원장을 추켜세우며 그와 특별한 관계라는 점을 줄곧 부각시켜왔다. 북미 협상이 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관계라는 두 축 아래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사일 실험 재개는 싱가포르 선언 이후 협상 틀의 와해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대북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며 기존 협상 틀을 유지할 뜻을 밝혔으나 미사일 실험이 재개되면 당장 전면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할 것이 확실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전날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재개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 최후의 제재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전면 중단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압박할 경우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것도 북한과 중국을 모두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실험 재개는 추가 경제 제재에다 외교적 고립까지 감수해야 하는 벼랑 끝 전술이어서 감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살얼음판 속에서 미국이 북한에 협상 재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 양측은 당분간 강온 양면 전술을 오가면서 향후 협상 판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협상 재개 메시지에 이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확실히 북한과의 대화에 다시 나서는 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일정을 언제 잡을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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