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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 이 사람] 일단 백기 들었지만… 딴 깃발 또 드나

입력
2019.03.09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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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립유치원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이덕선(55) 이사장이 ‘개학연기’라는 강수를 뒀다가 법인을 창립 24년만에 해산 위기에 빠뜨렸다. 대규모 회계비리 사태에도 반성은커녕 ‘집단휴원’, ‘집단폐원’과 같은 극단적 대응만 반복하다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다.

이 이사장은 2015년 개원한 경기 화성시의 대형 유치원 ‘리더스 유치원’(원아 345명, 교사 19명, 14개 학급)의 설립자다. 하지만 그는 유치원 운영 전 약 20년 동안 유아교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케이블TV 업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였다. 그가 유치원 ‘사업’에 뛰어든 후 한유총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했고 이 단체를 대정부 강경 투쟁 단체로 바꾸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과거 한유총에 몸담았던 이들은 2010년 이후 이 이사장처럼 신도시 ‘대형 유치원 사업’에 뛰어든 회원들이 한유총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집단행동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 이사장과 한유총 지도부들은 유치원을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이번에도 정부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하려 하자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반대했다.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동의를 받으라는 교육부 시행령에 대해 그는 “치킨집 문을 닫는데 종업원 3분의 2이상 동의를 받으라는 꼴”이라며 유치원을 치킨집에 비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개학연기는 하루 만에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우선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강경파들이 모인 또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가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유총은 법인 해산 결정이 나면 다른 시교육청에 ‘제2의 한유총’ 설립 허가를 신청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정당과 긴밀한 공생 관계를 이어온 이 이사장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전국구 인지도’를 확보한 이 이사장이 사립유치원들의 조직력을 뒷배 삼아 내년 총선에 보수 정당 비례대표로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여론의 반발로 사립유치원들의 개학연기 사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지만 유치원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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