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프링캠프를 뜨겁게 달궜던 새 얼굴들이 팬들 앞에 설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KT와 키움, NC가 7일 짐을 싸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담금질을 하던 나머지 팀들도 9일부터 귀국한다.
사령탑들의 눈도장을 받은 새 얼굴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선수는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SK 하재훈(29)이다. 고교 졸업 후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컵스에서 2013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빅리그 입성에 실패했고, 2016년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뛰다가 1군 17경기만 소화하고 시즌 종료 후 바로 팀을 떠났다.
해외에서 실패를 거듭한 그는 올해 SK의 ‘늦깎이’ 신인 투수로 새 출발을 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투수로도 가끔씩 공을 던졌던 것에 주목했던 SK는 야수보다 투수에 자질이 있다고 판단, 이번 시즌 불펜 요원으로 점 찍었다. 염경엽 SK 감독은 투수 첫 해라서 적응할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기대 이상의 구위로 1군 즉시 전력감에 넣었다.
1차 플로리다 캠프 때 최고 시속 155㎞를 찍은 하재훈은 실전 위주의 2차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150㎞가 넘는 강속구를 펑펑 꽂아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연습경기 성적은 두 차례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연습경기 때 LG의 클린업 트리오 김현수-토미 조셉-채은성을 상대로 공 8개로 가볍게 이닝을 끝마치자 적장 류중일 감독은 “그 친구, 볼 정말 좋네”라며 놀라워했다. 염 감독은 “1군에서 충분히 통할 구위를 갖췄다”며 “투수 경력이 없으니까 시즌 초반엔 편한 상황에 내보내 경험을 쌓고, 싸울 수 있게 준비시키겠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 정우영(20)도 하재훈과 견줘 손색 없을 구위를 자랑했다. 사이드암인데도 최고 시속 146㎞ 직구를 던지고, 주무기인 투심이 인상적이다. 신체 조건(193㎝, 89㎏)도 좋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최일언 LG 투수코치가 ‘자신 있게 던져라’는 주문대로 연습경기에서 두 차례 나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은 “던지는 걸 보면 임창용이 생각난다”고 칭찬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중간 투수로는 쓰임새가 클 것 같다”고 호평했다.
KIA의 1차 지명 좌완 신인 김기훈(19)도 ‘제2의 양현종’으로 부푼 기대 속에 시즌을 준비 중이다. 비록 지난달 28일 한화와 연습경기에 첫 등판해 2이닝 4피안타(2홈런) 5실점으로 프로 세계의 매운 맛을 봤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처음부터 잘 던지면 류현진(LA 다저스)”이라며 김기훈의 부진에 크게 개의치 않고 1군에서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양현종(31) 역시 “그 나이 때는 못 던져도 용서가 되니까 자기 공만 던지면 된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외에도 삼성은 해외 유턴파 내야수 이학주(29)를 주전으로 일찌감치 점찍었고, 롯데는 중고 신인 투수 이인복(28)을 불펜 요원으로 눈 여겨 봤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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