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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과학] 인공강우 충분치 않을 땐 미세먼지 더 악화시킬 수도

입력
2019.03.09 13: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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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국 곳곳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발령된 6일 서울 남산에서 관광객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전국 곳곳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발령된 6일 서울 남산에서 관광객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강우는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현대판 기우제’에 불과할까.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추진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지 하루 만인 7일 환경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올해 안에 서해에서 중국과 인공강우 실험을 추진하고, 양국이 함께 미세먼지 예보ㆍ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연일 계속된 미세먼지 공습에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해 미세먼지를 씻어내겠다는 정부 구상을 두고 과학계에선 효과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가 내리는 과정은 이렇다. 구름의 제일 윗부분은 기온이 영하 40도를 밑돈다. 이 구간의 구름입자는 얼음상태(빙정)로 돼 있다. 그 아래 부분 0도에서 영하 40도 사이에선 빙정과 얼지 않은 물방울(과냉각수적)이 같이 있다. 과냉각수적의 포화수증기압(공기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이 빙정보다 크기 때문에 평형을 맞추기 위해 과냉각수적에서 빙정으로 수증기가 이동한다. 수증기가 달라붙은 빙정은 점점 몸집을 키운다. 무거워진 빙정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녹은 게 비다.

인공강우를 위해 구름에 뿌리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는 이 과정 중 빙정의 생성과 성장을 돕는다. 인공강우는 아무 것도 없는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인공강우를 위해선 구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대기 중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최소 시간당 5㎜의 비가 내려야 하고, 그러려면 상공 1~6㎞ 사이에 상당한 두께의 비구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경우는 보통 맑은 날이다. 인공강우를 위해 쓸 비구름이 없다는 얘기다. 반 예보센터장은 “이번 미세먼지 사태 역시 이동성 고기압과 역전층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된 상태에서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한 게 원인”이라며 “인공강우가 성공한다 해도 대기정체로 미세먼지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기상 조건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전층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기온이 올라가는 기층이다. 고도가 높은 곳의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고 지표면의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대류 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공강우로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오히려 미세먼지 오염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석탄ㆍ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직접 생성되는 것과 대기오염물질이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를 만드는 경우(2차 발생)다. 미세먼지 2차 발생은 꽤 심각하다. 환경부는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 발생량의 60~70% 정도가 2차 발생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2차 발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수증기다. 대기 중 습도가 높으면 대기오염물질이 서로 뭉쳐 미세먼지를 만들기 좋은 조건이 된다. 가령 자동차 배기가스에 들어 있는 아황산가스는 수증기와 반응해 황산이 되고, 황산은 암모니아 등과 화학결합 해 미세먼지인 황산암모늄을 만드는 식이다.

앞서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은 2017년 경기 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했으나 비를 내리게 하는데 성공한 건 4차례에 그쳤다. 강수량도 평균 0.88㎜에 불과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를 씻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오히려 습도만 높여 미세먼지 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내릴 비를 인위적으로 끌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강수량 감소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윤순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과거 1960년대 미국에선 태풍이 상륙해 비를 쏟아내기 전 인공강우로 비를 바다에 내리게 하는 실험이 진행됐지만 태풍 세기가 달라지면서 태풍 경로 변경 등 역효과가 나타나 해당 연구를 중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공강우에 성공해도 미세먼지 세정 효과는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반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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