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현대차 등 재계 계열사 모두 수사선상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주요수사 상반기 마무리 전망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그 동안 손대지 못했던 대기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현대ㆍ기아차, SK케미칼, 한화테크윈 등 굵직한 재계 계열사들이 검찰의 ‘숙제’ 대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가 모두 투입됐던 사법농단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차기작’은 아무래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다. 이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최근 검찰 인사를 통해 검사 인원을 18명으로 확충, 특수부 내 최대 부서가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2부의 몸집 불리기가 삼성바이오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본사 회계부서와 삼정회계법인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 수사의 기본 자료는 확보한 상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준비하던 시점이었음에도 신속한 증거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전격 강제수사를 벌인 것이다. 다만 검찰은 증거 분석을 진행하면서도 수사 인력 부족 등 현실적 이유로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본격화하진 못했다.
향후 수사의 포인트는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 공시 누락이나, 분식회계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이미 대부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서 이뤄진 상태다. 다만 분식회계 등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경영권 승계작업과의 연관성 규명이 선행돼야 하는 구조다.
과거 국토교통부가 고발했던 현대ㆍ기아차의 차량결함 고의 은폐 의혹 수사도 본격화했다. 지난달 20일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관리부서를 압수수색한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자체 개발 엔진인 ‘세타2엔진’과 에어백 등의 제작결함을 내부적으로 파악하고도 제때 조치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인수 전 삼성테크윈이 법인세 등 120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경기 성남시 한화테크윈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뒤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수사는 이미 8부 능선을 넘어섰다.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에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뒤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청업체 필러물산 전 대표 김모씨는 지난달 1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지난달 27일에는 애경산업 고모 전 대표와 양모 전 전무가 각 증거인멸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가 예상되는 7월까지는 주요 재계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가 7월이라 총장 교체 직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검사 등을 포함한 검사장 및 차장 검사급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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