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7일 노동계 위원인 여성, 청년, 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 의결을 연기했다. 경사노위 첫 합의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이날 본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탄력근로제 말고도 본위원회에서 다루려던 고용안전망 개선 합의, 디지털 전환 공동과제 합의 의결이나 양극화해소위원회 발족 안건 결정 등도 줄줄이 11일로 미뤄졌다.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안은 지난달 말 노동시간제도 개선위원회를 어렵사리 통과해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통 끝에 얻은 결실이 일부 위원들의 회의 보이콧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먼저 대화의 전제인 경사노위 내부 의사소통이 얼마나 원활한지 짚어봐야 한다.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이틀 전까지 이들의 참여를 확인했지만 하루 전날 한국노총의 통보로 보이콧 결정을 알았다고 한다. 그 뒤 해당 위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일방적으로 불참 입장문이 발표됐다. 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는 방증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사노위 의사결정의 구조적인 문제다. 경사노위 사무처는 이들의 불참 통보 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본위원회가 무력해진다며 법을 바꿔서라도 의결 가능한 구조를 만들 의사를 내비쳤다. 사회적 대화 노력이 의결 단계에서 무색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대표들이 애초 의제별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상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경사노위가 ‘미조직 노동자들은 실질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운 합의안이 고스란히 본회의로 올라와 오직 표결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는 이들의 ‘자괴감’을 헤아려야 마땅하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면 문 위원장 지적대로 위원들이 자신의 절실함만큼 ‘상대의 절박함도 인정’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날 보이콧한 위원들이 민주노총의 참여도 촉구하며 ‘경사노위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드는 진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다음 본위원회는 차질이 없기를 기대한다. 탄력근로제 개선안이 합의 아닌 합의로 국회에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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