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부터 도입된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이 승부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리생제르망(PSG) 16강전 승부 결과는 VAR가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는 후반 추가시간 VAR 판정으로 인정 받은 페널티킥 기회를 마커스 래슈퍼드(22ㆍ잉글랜드)가 마무리하며 3-1로 승리를 거뒀다.
후반 45분까지 2-1로 앞서가던 맨유는 먼저 열렸던 1차전에서 0-2 완패를 당해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1, 2차전 합계 2-3으로 16강에서 탈락할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디오고 달롯(20ㆍ포르투갈)이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PSG 수비수 프리스넬 킴벰베(24ㆍ프랑스)를 맞으며 기회를 맞았다. VAR 판독 결과 공이 킴벰페의 팔꿈치에 맞은 것으로 확인돼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기사회생한 것이다. 결국 맨유는 한 골을 추가하며 1, 2차전 합계 3-3으로 PSG와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같은 날 FC포르투도 VAR의 덕을 봤다. AS로마와의 16강 2차전에서 전ㆍ후반 90분이 지나도록 3-3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아 접어든 연장 후반 로마의 알렉산드로 플로렌치(28ㆍ이탈리아)가 상대 선수를 잡아당기는 동작으로 VAR 판독이 진행됐다. 결국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연장 후반 12분 키커 알렉스 테예스(27ㆍ브라질)가 이를 결승골로 연결하며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UEFA는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오심 논란이 계속되자 16강 토너먼트부터 VAR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16강부터 가동된 VAR는 잇따라 결정적인 오심들을 잡아내며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의 1차전 경기에서는 전반 37분 아약스의 골이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취소됐으며 맨체스터 시티와 샬케04의 경기에서는 샬케가 VAR로 2번이나 PK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VAR가 경기를 지연시킨다는 반론도 여전히 제기된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약스, 맨시티와 샬케의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에 3분 이상이 소요되며 경기 흐름이 깨지고 선수들의 체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PSG의 토마스 투헬(46) 감독은 16강 탈락이 확정된 후 인터뷰에서 “나는 VAR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서도 “핸드볼 반칙에서는 볼과의 거리, 볼의 방향, 팔의 위치 등 너무 애매한 요소들이 많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UEFA는 일단 VAR 시스템 도입이 성공적이라는 입장이다. UEFA 심판위원회의 로베르토 로세티(52) 위원장은 “VAR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했다”며 “심판진도 높은 레벨의 판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경기 지연에 대해서는 “속도보다 정확도가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앞으로 더욱 개선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선 이미 VAR을 적용해 판정 정확도를 올리고 있다. 2020년부터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유로 대회 전 경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리그컵에서 VAR를 시범 운영 중인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도 내년부터 리그 경기에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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