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봄이면 출퇴근길은 물론 사무실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TV뉴스에선 꽃가루 정보를 알려줄 정도로 실생활에서 초미세먼지(PM 2.5)를 의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최근 부쩍 중국, 한국 등의 초미세먼지 소식이 보도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기오염이 논란이 됐을 당시 후쿠오카(福岡)의 PM 2.5 농도가 한때 104㎍/㎥로 기록하며 ‘PM 2.5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감시체계를 강화했다. 이어 2015년 3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환경심의회를 구성, △배출원(源) 파악 △배출원별 대책 마련 △개선수치 마련 등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환경성과 기상청은 홈페이지에 지역별 PM 2.5 농도 예보와 실시간 공개를 통해 일반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일본이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배경으로 지리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한국까지 도달하지만 동해를 지나 일본까지 이르는 도중에 크게 감소한다. 또 일본은 해양성 기류의 영향으로 한국에 비해 대기정체가 없다.
그럼에도 도쿄(東京) 등 대도시의 맑은 하늘은 지리적 요인 외에 장기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5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친 일본의 대도시들은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청정연료 보급정책을 추진했고 1967년 공해대책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대기질 관리에 돌입했다.
이에 1970년대부터 황산화물(SOx) 총량관리를 시작했고, 1992년 ‘자동차 NOx(질소산화물)법’을 제정해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2001년 ‘자동차 NOxㆍPM법’으로 개정,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차량 규제를 시작했고, 2005년 오프로드법을 제정해 농업용 콤바인, 트랙터, 불도저 등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중앙정부의 노력 외에 지방정부의 강력한 규제의 효과도 있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도쿄도 지사는 1999년 8월부터 ‘디젤차 NO 작전’을 추진했다. 화물차 중 디젤차의 비중이 1975년 22%에서 1998년 61%까지 급증했는데, 노후한 디젤차량의 배기가스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도쿄도는 2000년 대형 화물차ㆍ버스 등에 미세먼지 저감장치(DPF) 장착을 의무화하고 배기가스 기준에 미달하는 디젤차 사용 제한 등을 포함한 환경확보조례를 제정하고 2003년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도쿄도의 연평균 PM 2.5 농도는 2002년 27㎍/㎥에서 2015년 13.8㎍/㎥, 2016년 12.6㎍/㎥ 등을 기록하면서 절반 이하로 감축됐다. 환경성의 기준인 연평균 PM 2.5 농도 15㎍/㎥, 1일 평균 35㎍/㎥ 이하에 충족하는 수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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