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의 ‘치킨게임’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5개 카드사에 더해 BC카드에도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여기에 양측 협회까지 논쟁에 가세하며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대차는 7일 BC카드에 “오는 14일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전날 BC카드가 “이달 8일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이달 1일자로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렸다가 현대차로부터 오는 10일 가맹계약 해지를 통고 받은 5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하나 롯데)와 달리, BC카드는 “현행 요율을 유지한 채 수수료 조정 협상을 하자”는 현대차 요구를 받아들여 협상을 진행해 왔다.
요율 인상을 강행한 5개 카드사와 현대차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를 도로 낮춰야 협상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여전히 인상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갈등은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의 기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대차를 비롯한)대형 가맹점은 가맹점 수수료의 역진성(규모가 클수록 요율이 낮음)이란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개편 방안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 조치는 정부 정책에 따른 온당한 조치라는 주장인 셈이다. 여신협회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은)금융당국, 가맹점, 소비자, 카드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서 마련된 방안”이라며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영세ㆍ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업계 수익보전 방안이 아니라, 수익자 부담 원칙을 수수료 책정에 반영하지 못했던 불합리성을 개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신협회의 입장 발표는 지난 5일 발표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의견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협회는 의견서에서 “자동차 구매 때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조달금리 하락, 연체비율 감소 등으로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인상을 강행한 것은 자동차업계의 경영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카드수수료 개편의 핵심은 카드사 비용 중 큰 몫을 차지하는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쓰는 (영세)가맹점은 수수료를 내리고 많이 쓰는 (대형)가맹점은 올리는 것”이라며 “현재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의 분쟁은 새로운 시스템 적용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충돌로 잘 조정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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