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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심각한데도 ‘미세먼지 보험’ 나오기 힘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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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심각한데도 ‘미세먼지 보험’ 나오기 힘든 이유는?

입력
2019.03.08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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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중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7일 오전 서울 하늘 전경. 연합뉴스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7일 오전 서울 하늘 전경. 연합뉴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건강, 기업 매출 등을 위협하면서 미세먼지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내부적으로 관련 상품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보장 대상이 될 질병이나 영업 피해가 미세먼지 탓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고 미세먼지 발생 시점과 농도에 불확실성이 커서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선뜻 상품 출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 피해에 대비하고자 하는 잠재적 수요층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달 말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가입 가능한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상품명에 달고 출시된 첫 보험이다. 회사는 자사 다이렉트 홈페이지에 미세먼지 보험료 산출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이달까지 미세먼지 마스크 증정 이벤트를 실시하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보험은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은 아니다. 미세먼지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고 알려진 편도염ㆍ축농증ㆍ백내장 등 6대 질환의 진단비를 기본 보장하고 수술비 등은 특약으로 보장하는 질병보험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질환 발생 원인이 미세먼지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 구조”라며 “미세먼지와 연관된 질병을 따로 모아 보장하는 상품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상품이 이런 구조를 취한 이유는 호흡기 질환이 발생해도 그 원인이 미세먼지인지, 만성 질병 등 다른 요인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생명ㆍ손해보험사가 출시한 어린이보험용 호흡기질환 관련 특약도 마찬가지다. 상품명에 ‘미세먼지’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영유아기에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품인데, 이들 상품 역시 호흡기 관련 질환을 묶어 수술ㆍ입원 등을 보장할 뿐 질환의 발생 원인은 따지지 않는다.

명실상부한 ‘미세먼지 보험’ 출시의 또 다른 제약요인은 불확실성이다. 간단히 말해 미세먼지가 언제, 어떤 수준으로 날아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보니 보험상품 설계의 전제조건인 손해율 측정이 어려운 것이다. 해외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매출 피해를 보장하는 기업보험 등이 출시돼 운영되고 있는데 손해율이 상당히 높은 게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에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고 고객 수요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완전환 상태로나마 미세먼지를 겨냥한 보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 자체가 해당 상품 수요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미세먼지 보험이 개인 질병보험뿐 아니라 기업보험으로서도 가능성이 밝다고 보고 있다. 미세먼지의 빈도나 농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매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과 소상공인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실제 인슈어테크 기업 ‘직토’가 ‘기후 리스크 특화 보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유사한 상품 개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세먼지 관련 보험 상품을 시장에서 볼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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