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운행ㆍ공장 가동 제한 등에 베이징 공기질 수치상 개선
‘오염 주범’ 석탄 사용량 여전한데 통계엔 잡히지도 않아
중국은 수치만 놓고 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고 공장 가동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억제 수단도 동원해왔다. 하지만 석탄 소비가 많은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오염물질도 적지 않아 여전히 ‘미세먼지의 장막’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게 현실이다.
7일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北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3년 89㎍/㎥에서 지난해 51㎍/㎥로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졌다. 2013년부터 실시한 대기질 개선 정책에 따라 수도권 소재 공장들을 대거 서부내륙 등지로 이전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2040년 이전에 가솔린ㆍ디젤차의 생산을 중단키로 했고, 2015년 환경보호 감찰제도 시행 후 기준을 위반한 공장 5만여곳을 폐쇄하는가 하면 일반 가정의 난방용 석탄보일러 사용도 강제로 제한해왔다.
중국의 대기질이 수치상으로는 이전보다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미세먼지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미세먼지 농도가 여전히 높다. 대기질 정보 분석 회사인 아이큐에어(IQair) 에어비주얼이 최근 발표한 ‘2018년 PM2.5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100개 도시에 중국은 57개나 포함됐다. 우리 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만 놓고 보면 상위 15개 도시가 모두 중국이다. 이들 도시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허톈(和田)에서부터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성 스좌장(石家庄)까지 중국 전역에 고루 분포돼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석탄 수요 감소율도 극히 미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중국의 석탄 수요가 2017년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감소율이 0.6%에 불과한 것이다. 가정과 공장, 발전소 등에서 값싼 석탄을 선호함에 따라 전체 에너지 중 석탄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현 상황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한반도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수도권 지역의 단위면적당 석탄 소비량이 전국 평균의 4배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당국의 불투명한 관련 통계도 문제다. 중국은 대기오염 농도만 공개할 뿐 오염물질 배출량은 함구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와 공장, 농작물 등 각 유형별로 어떤 요인이 공기 질을 얼마나 악화시키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중국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오염물질 추적조사를 시작해 현재 초안 수준의 완성본이 마련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조차도 언제 공개할 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우리 나라의 미세먼지 사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에 이어 7일에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매우 복잡하므로 종합적인 관리는 과학적 태도에 근거해야 하며 양국이 협력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족을 달았다. 앞서 지난 1월엔 생태환경부가 “맹목적으로 남 탓만 하다간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말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중국 외교부의 책임회피 발언에도 불구, 한중 간에는 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환경장관 회의에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자국의 비상저감조치 시행 현황 공유 △해당 조치의 공동시행 △조기경보체계 구축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이 합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인공강우 관련 기술의 교류도 추진키로 한 만큼 연내에 공동실험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이 책임론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강화할 경우 이런 조치들의 원활한 추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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