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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나 늘리지, 인적 없는 공원 조명에 5억이나 쓰나”

입력
2019.03.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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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청, 신기공원 설치 조명 무용지물

대구 북구청이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신기공원에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명을 설치했으나 시민들이 여전히 찾지 않아 유령공원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창식기자
대구 북구청이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신기공원에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명을 설치했으나 시민들이 여전히 찾지 않아 유령공원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창식기자

11일 오후 9시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신기공원.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았지만, 인적은 전혀 없었다. 2시간 가량 공원에 머물렀지만 행인을 구경하기 조차 힘들었다. 인적 끊긴 공원에는 LED로 로고를 보여주는 로고젝트조명(고보등) 8개만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원 안쪽 포토존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 테두리가 떨어져 덜렁대고 있었다. 인근 주민 고창석(56)씨는 “공원이 밝아져서 좋기는 하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 조명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신기공원에 야간 조명이 비치고 있다. 이 공원은 해가 지면 유동인구도 없고 방범마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창식기자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신기공원에 야간 조명이 비치고 있다. 이 공원은 해가 지면 유동인구도 없고 방범마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창식기자
대구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400여 만원을 들여 설치한 LED 하트 조형물이 파손된 지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 윤창식기자
대구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400여 만원을 들여 설치한 LED 하트 조형물이 파손된 지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 윤창식기자

대구 북구청이 5억원을 들여 신기공원에 설치한 조명시설이 홍보 및 관리소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유령공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북구청에 따르면 1만3,488㎡ 규모의 이 공원은 1996년 종합유통단지 부대시설로 만들어졌다. 취급물품에 따라 크게 8개의 독립된 건물로 이뤄진 유통단지는 도매 물건을 취급하는 특성상 대부분 차량으로 상품이 배송되기 때문에 건물 바깥에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가 넘으면 인적이 끊기고, 거리에는 가로등만 어둠을 밝히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인적 끊긴 신기공원의 우범지대화를 막기 위해 가로등 조명을 밝게 하고,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500여 만원을 들여 만들 계란 조형물. 윤창식기자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500여 만원을 들여 만들 계란 조형물. 윤창식기자

이에 따라 북구청은 기획예산처에서 특별교부세로 5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21일~11월19일 신기공원에 고보등 8개와 LED 수목등, 정원등, 갈대조명기구 등 13종의 타원형 조명과 하트, 꽃, 계란 형상의 조형물 3개를 설치했다. 관급자재비는 3억8,615만9,000원, 야관경관개선 용역비 895만8,000원, 실시설계 용역비 1,778만4,000원, 경관조명 설치공사비 8,693만3,000원이 들었다.

북구청은 준공 당시 “신기공원에 조명을 설치해 보행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범죄예방에도 효과를 볼 것”이라며 “사람들이 찾는 신기공원을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300여만원을 들여 만든 LED조형물. 윤창식기자
북구청이 수의계약으로 300여만원을 들여 만든 LED조형물. 윤창식기자

하지만 유통단지 내에서도 신기공원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날이 저물면 공원이 여전히 텅비어 있어 비싼 조명으로 빈 공터만 비추는 꼴이 되고 있다. 게다가 3개의 조형물도 실물에 비해 비싼 금액으로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유통단지를 자주 찾는 한 30대 여성은 “사람도 없는 공원에 조명비를 5억원이나 투자할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신기공원에는 일반적인 가로등과 CCTV를 많이 설치하는 것이 좋을 뻔 했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조명을 환하게 해놓으면 시민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해명했지만 종합유통단지 상인들조차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상인은 “5억원이나 투자한 결과가 말짱 도루묵”이라며 탁상행정에 고개를 흔들었다.

윤창식기자 csyoon@hankookilbo.com

유통단지 내 신기공원 옆 인도에는 초저녁에도 행인이 아예 없는데다 요란한 조명만 밝게 비추고 있다. 윤창식기자
유통단지 내 신기공원 옆 인도에는 초저녁에도 행인이 아예 없는데다 요란한 조명만 밝게 비추고 있다. 윤창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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