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2019년 업무보고
고령층의 노후생활 안정화 수단인 주택연금의 가입 연령이 10년 만에 기존 60세 이상에서 50대로 내려간다. 청년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연이율 2%대 전월세 지원 프로그램도 내놓기로 했다.
7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발표하며 “금융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은 국민의 체감도”라며 “금융상품을 이용이 더 편리하고, 권익을 두텁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의 틀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업무보고 내용은 청년과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고령자ㆍ청년층 맞춤형 지원 강화
주택연금 가입연령은 현행 60세보다 낮아진다. 구체적인 기준은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연금저축 등 민간연금의 수령 연령이 55세부터라 50대 중반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은 2009년 65세 이상에서 지금의 60세 이상으로 낮춰진 뒤 10년째 유지돼 왔다. 이번 연령 기준 완화는 중장년층의 조기퇴직에 따른 수입 공백 문제 등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임대(전세ㆍ반전세)도 허용하기로 해 가입자가 추가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가입 주택 가격제한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9억원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청년층을 위한 주거비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연내 가동한다. 7,000만원 한도로 보증금 대출을 실시하고, 월세도 월 50만원(1,200만원 한도)씩 빌릴 수 있다. 정부는 이들 상품을 연 금리 2%대로 저렴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전월세 대출 상품의 금리가 이보다 높다면 갈아탈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연간 3만3,000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전국 주민센터를 활용해 고령층과 장애인의 휴면재산을 찾아주는 방안 등도 추진된다.
◇규제 혁신으로 금융업의 역동성 제고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등 혁신 서비스가 대거 나올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된다. 구체적으로는 보험사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려면 혈압이나 혈당, 걸음 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연간 보험료의 10%나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하는 ‘특별이익’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제공이 어렵다. 카드사에 대해서는 사전 신고 없이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컨설팅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 소비자가 주거래 금융회사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계좌이동 서비스’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된다. 계좌이동 서비스는 소비자가 공과금이나 보험료 등 자동납부 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납부 계좌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로, 지금은 은행 계좌끼리만 가능하다.
◇투명한 시장 질서 구축에 박차
회사에 불리한 정보를 명절이나 연말 등 증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을 틈타 공개하는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런 지연 공시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소비자와 관련된 민원 등 비재무적인 정보까지 공시 내용에 담는 방안을 추진한다.
불법 고금리 대출 이자는 법적 기준을 초과한 금액뿐 아니라 이자 전액이 무효로 돼 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대신해 권리구제 절차를 밟는 ‘채무자대리제도’ 도입도 검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 법령을 개정해 불법사금융에 대한 민ㆍ형사상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직원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추천하는 제도도 올해부터 본격 활용된다.
◇‘가계부채 폭탄’은 지속적으로 관리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5%로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5.8%로, 2013년(5.7%)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도입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올해 2분기에는 2금융권에도 도입되는 만큼 가계대출 규모 증가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소비 제약 문제와 부동산 침체 등 부작용을 감안해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는 점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그 결과 올해는 5%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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