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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맑은 바다 내음… 혼행족 위한 '통영 섬 여행'

입력
2019.03.08 09:00
수정
2019.03.08 09:40
0 0

[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버스 타고 배 타고…통영 연대도와 만지도

통영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다리 건너가 만지도다.
통영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다리 건너가 만지도다.

동피랑 벽화마을, 케이블카, 루지, 충무김밥, 꿀빵 등으로 소문난 통영은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린다. 요즘은 섬으로 확산 중이다. 장사도, 소매물도, 욕지도 같이 이름난 곳 외에도 통영에는 가볼 만한 섬이 많다. 대중교통 연결성과 빼어난 경치, 입이 즐거운 맛집까지 고려해 ‘혼행(나 홀로 여행)’에 적합한 섬을 찾은 결과 연대도와 만지도가 포착됐다.

통영은 기차역이 없지만 수도권 웬만한 도시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먼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통영종합버스터미널(4시간 10분 소요)로 이동한다. 만지도 행 여객선은 연명마을에서 뜬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530ㆍ532번 시내버스로 1시간 걸린다. 연명선착장에서 만지도까지는 배로 15분, 서울에서 만지도까지 총 소요 시간은 5시간 25분이다. 만지도행 여객선 예매는 055-643-3433, 왕복 1만원이다.

연명선착장의 만지도 행 여객선.
연명선착장의 만지도 행 여객선.

◇만지도 등산 후 얼큰한 해물라면

통영 산양읍 저림리, 만지도는 주변의 다른 섬보다 주민이 늦게 정착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약 200년 전 박씨ㆍ이씨ㆍ천씨가 처음으로 입도한 기록이 남아 있다. 2015년 기준 23세대 33명이 거주하는 작은 어촌이다.

여행지는 단 한 곳. 만지봉 등산로다. 100년이 넘은 우물부터 시작해 좁은 길을 지나면 ‘바람길전망대’다. 소지도, 내부지도, 연화도, 우도, 욕지도, 쑥섬, 노대도, 두미도가 보이는 드넓은 바다 풍광에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견우직녀길’은 연인이 각자 다른 방향에서 올라와 저녁에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입혔다. 실제로 위는 견우길, 아래는 직녀길로 표기하고 있어 커플 여행코스로 추천한다. 단, 혼행객은 지나쳐도 좋다. 숲을 지나면 만지도 정상(99.9m)이다. 이곳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욕지도전망대까지 가볼 수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섬을 돌아보는 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만큼 여행객도 역시 천천히 걷는다.

만지봉 등산로 시작점의 100년 된 우물.
만지봉 등산로 시작점의 100년 된 우물.
바람길전망대.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두루 보인다.
바람길전망대.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두루 보인다.

등산을 마치면 살짝 배가 고프다. 이때 각종 해물과 전복을 넣고 냄비에 끓여내는 라면 한 그릇은 최고의 맛이다. 처음 맛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소문대로 얼큰한 라면과 어우러진 국물 맛이 깊다. 이모전복해물라면집, 6,000원.

해물 듬뿍, 만지도 냄비 라면.
해물 듬뿍, 만지도 냄비 라면.

◇만지도~연대도 출렁다리의 매력

연대도와 만지도는 떨어진 섬이었으나 2015년 1월 길이 98.1m, 폭 2m의 출렁다리로 연결됐다.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는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만 건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압권이다. 다리의 흔들림에 맞춰 춤을 추듯 걷는 모습은 아찔하면서도 익살스럽다.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건너편이 만지도다.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건너편이 만지도다.

◇‘혼행천국’ 연대도에서 멍 때리기

연대도는 봉화를 올린 섬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 왜적의 동향을 삼도수군통제영에 알리기 위해서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2015년 기준 45세대 77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다.

출렁다리를 건넌 뒤 만지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데크 길.
출렁다리를 건넌 뒤 만지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데크 길.

연대도는 만지도보다는 조금 더 넓지만 혼자 여행하기 딱 좋은 섬이다. 먼저 지겟길(한려수도 바다백리길 4구간)을 걸어본다. 옛날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가던 길을 복원했다. 2.3㎞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이 소요된다(연대도선착장~지겟길~북바위전망대~오곡전망대~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연대도선착장).

천천히 걸으며 숨을 들이마시면 맑은 숲과 바다 내음이 코끝으로 전해진다. 등산이랄 것 없이 남녀노소 누구든 쉽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수준이다. 북바위전망대와 오곡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은 필수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연대봉까지 올라도 좋다.

연대도 지겟길
연대도 지겟길
북바위전망대 풍경. 내부지도, 연화도, 우도, 욕지도, 쑥섬, 노대도, 두미도, 남해가 보인다.
북바위전망대 풍경. 내부지도, 연화도, 우도, 욕지도, 쑥섬, 노대도, 두미도, 남해가 보인다.

종착지는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옛 산양초교 조양분교). 2007년 3월 시작한 ‘에코아일랜드’ 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화석에너지 대신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섬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에게는 어업 외에 새로운 소득원이 생겼다. 그네, 자전거 등 다양한 시설로 천연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혼행의 마지막은 몽돌해변이다. 큰몽돌해변과 작은몽돌해변 중 한 곳을 선택한다. 예쁜 몽돌과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몽돌해변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반짝이는 바다와 몽돌 구르는 소리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운이 좋으면 해변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이름은 큰몽돌해변이지만, 아담하고 예쁘다.
이름은 큰몽돌해변이지만, 아담하고 예쁘다.
운이 좋으면 해변과 바다가 모두 내 것이다.
운이 좋으면 해변과 바다가 모두 내 것이다.

[만지도ㆍ연대도 여행 일정과 비용]

①서울고속버스터미널(오전 6시 20분)->통영종합버스터미널(10시 30분), 3만5,000원

②통영종합버스터미널(오전 10시 45분)에서 530번 시내버스 탑승->연명마을(11시 45분), 1,300원

③연명마을에서 여객선 승선(오후 12시)->만지도(12시 15분), 왕복 1만원

④만지도/연대도 여행(오후 12시 15분~4시 20분), 전복해물라면 6,000원

⑤만지도(오후 4시 20분)->연명마을(4시 35분)

⑥530번 시내버스로 연명마을(오후 5시 15분)->통영종합버스터미널(6시 15분), 1,300원

⑦통영종합버스터미널(오후 6시 40분)->서울고속버스터미널(10시 50분), 3만5,000원

당일 여행 총 비용은 8만8,600원. 물리적으로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무리가 따른다. 여행의 참 맛을 즐기려면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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