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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야반도주, 인도네시아서 최근 4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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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야반도주, 인도네시아서 최근 4건 있었다”

입력
2019.03.07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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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한인 봉제업체 SKB 노조위원장 인터뷰 

트리하르얀토(왼쪽) 에스카베(SKB) 노조위원장이 4일 회사 근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벽에 걸린 확성기는 시위를 위해 친구에게 빌렸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트리하르얀토(왼쪽) 에스카베(SKB) 노조위원장이 4일 회사 근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말하고 있다. 벽에 걸린 확성기는 시위를 위해 친구에게 빌렸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아무리 노크해도 기척이 없었다. “분명히 안에 있어요.” 옆 구멍가게 주인의 장담에 문을 쾅쾅 두드렸더니 잠에서 막 깬 듯한 바임(29)씨가 문을 열었다. 4일 오전 10시10분.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조그만 사무실은 내부의 눅눅한 열기 때문에 들어가는 게 망설여졌다.

㈜에스카베(SKB) 노동조합(GSPMII) 사무실은 밤엔 두 청년의 침실, 낮엔 노조원들의 투쟁본부로 쓰인다. 월세 4만원, 3㎡쯤 공간에 주전부리통 몇 개, 물병 몇 개, 재떨이 두 개, 해진 이불과 베개, 배터리 충전기가 있다. 책상이나 컴퓨터, 인쇄기, 팻말은 없다. 밤늦게까지 일한 바임씨가 한참 일하고 있을 트리하르얀토(28) 노조위원장을 호출했다. 급히 나타난 그와의 일문일답.

에스카베(SKB)에서 걸어서 1분 거리 골목에 자리잡은 SKB 노동조합 사무실 정문 앞에 트리하르얀토(왼쪽) 노조위원장과 동료 바임씨가 섰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에스카베(SKB)에서 걸어서 1분 거리 골목에 자리잡은 SKB 노동조합 사무실 정문 앞에 트리하르얀토(왼쪽) 노조위원장과 동료 바임씨가 섰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SKB는 노조가 여러 개라고 들었다.

“두 개다. SPN에 1,200명, 우리 노조에 700명 정도 소속돼 있다. 이번에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3,405명이다. 그중 정규직과 계약직은 1,200명이다. 나머지는 시급 998원을 받는 용역이다.”

-언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

“작년 8월부터 월급이 미뤄졌다. 10월엔 ‘미스터 리’(이모 이사)가 돈이 없다고 말했다. 믿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주문도 받고 수출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돈을 들고 튄 거다. 그 뒤에도 주문이 들어와 일을 했기에 월급을 받을 줄 알았다. 그 돈(5억6,000만원)은 미스터 리가 가져간 걸로 안다.”

-요구 사항은.

“두 달치 월급 지급과 퇴직금 정산이다. 공장 노동자의 85%가 여성이다. 다른 곳엔 취업을 할 수 없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싱글맘도 많다. 그래서 무엇보다 공장이 다시 가동되기를 바란다.”

-사장이 잠적했는데 그게 가능한가.

“땅이 있고 기계가 있으니까, 다른 곳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누가 사서 월급을 돌려받게 되고 공장도 정상화하길 바란다.”

-주변 회사들 형편은 어떤가.

“사장이 돈 들고 사라진 한국 회사가 최근 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의 이미지에 안 좋다. 직원들과 사이좋게 일을 풀어나가는, 좋은 한국 회사도 있다. 배워야 한다.”

사무실에서 제일 비싼 물건이 확성기 같다고 했더니, 트리하르얀토 위원장은 “친구한테 빌린 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종이뭉치를 보여줬다. 노조원 명부였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트리하르얀토 노조위원장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라며 노조원 이름이 빼곡히 적힌 명부 뭉치를 보여주고 있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트리하르얀토 노조위원장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라며 노조원 이름이 빼곡히 적힌 명부 뭉치를 보여주고 있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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