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비스업 대출이 60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 증가율(전년 말 잔액 대비)을 기록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대표 업종인 도소매ㆍ음식ㆍ숙박업 대출도 10% 이상 급증하며 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121조2,000억원이다. 예대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은행, 수출입은행, 저축은행, 농축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기업(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돈을 집계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기업대출은 69조7,000억원 늘어 전년(+66조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커졌다.
4분기만 놓고 보면 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분기별 증가액으로 10년 만에 최고였던 직전 3분기(+24조3,000억원)나 전년 동기(+15조원)보다 작았다. 통상 4분기엔 연말 기업 및 금융기관의 재무비율 관리로 인해 기업대출 증가폭이 축소된다.
특히 제조업 대출금은 2조2,000억원 줄었다. 제조업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6년 3분기(-9조3,00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1조4,000억원)와 1차금속(-8,000억원) 업종의 대출이 특히 크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에서 여전히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대출금은 건설경기 부진 여파로 1조9,000억원 줄었다. 전체 기업대출 대비 건설업 비중도 지난해 9월 말 3.7%에서 12월 말 3.0%로 축소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제조업 대출금은 7조2,000억원 늘어났고, 건설업은 2,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4분기 17조3,000억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 규모를 보인 직전 분기(+18조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연간 증가액은 58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9.5%)은 역대 최고치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30조7,000억원, 15.3%)과 도소매ㆍ숙박ㆍ음식점업(+19조3,000억원, 10.7%)의 대출 증가 규모 및 비율이 단연 컸다. 도소매ㆍ숙박ㆍ음식업의 증가율은 역대 최대다. 이들 업종의 총 대출금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1년 새 2.3%포인트(36.3→38.6%) 늘었다.
도소매ㆍ숙박ㆍ음식업의 경우 지난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종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대출이 늘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신설법인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법인 대출이 주로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영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빌린 돈도 상당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업종은 각각 주택가격 하락, 자영업 부진의 영향으로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터라 자칫 대규모 상환 불능 사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 이 부문 대출을 21조원 가까이 늘린 것도 대출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부동산업은 주요 자금 수요자인 주택임대사업자의 증가폭이 대출 규제, 세제 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급감하는 추세여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