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칼국수 사랑’으로 유명했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패스트푸드 사랑’으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 시절 유세를 다니며 패스트푸드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백악관에서 패스트푸드 만찬을 열며 행보를 이어갔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하기 전부터 패스트푸드와의 연이 유별났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광고모델까지 했던 트럼프다.
1995년 패스트푸드 체인점 피자헛은 ‘치즈크러스트(Stuffed Crust Pizza)’를 출시하며 TV 광고를 냈다. 광고의 주인공은 억만장자로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와 트럼프의 첫 부인 이바나 트럼프였다. 1992년 이미 이혼한 두 사람은 광고에서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라고 물으며 피자를 크러스트부터 먹는다. 광고의 마지막에서 마지막 조각을 먹어도 되냐고 묻는 이바나에게 “당신 몫은 반뿐이야”라고 답하는 트럼프의 대사 역시 백미다. 1995년 트럼프 광고 후 매출이 적지 않게 상승한 피자헛은 2000년에 다시 한번 트럼프를 광고모델로 섭외했다. 호주 시장을 겨냥한 ‘뉴욕커 피자(The Big New Yorker)’ 광고에 트럼프를 출연시켰다.
트럼프의 대선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는 자신의 저서에서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식단은 “빅맥 두 개, 피시버거 두 개와 초콜릿 밀크셰이크”라고 밝혔다. 피자헛 광고 2년 후 트럼프는 자신의 ‘최애’ 맥도날드 광고에도 출연했다. 2002년 맥도날드의 ‘1달러 메뉴’ 광고에서 트럼프는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캐릭터에게 사업수완을 묻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패스트푸드 사랑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고도의 정치 행보라고 지적하는 의심의 시선도 있다. ‘서민 음식’을 찾는 것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만국 공통 전략인 법이다. 그러나 백악관 주방장에게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더 치즈’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는 일화도 널리 알려진 만큼 과장된 면이 있어도 트럼프가 패스트푸드를 즐긴다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비싼 식단도 즐겼던 트럼프가 바쁜 유세 과정 중 패스트푸드에 맛을 들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로 위생에 예민한 트럼프가 위생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선호한다는 점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과거 CNN과의 인터뷰에서 “음식이 어디서 제조되는지 모르는 아무 식당보다는 패스트푸드점을 가는 것이 낫다. 패스트푸드점은 최소한의 기준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또 예약제가 아니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같은 음식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상대적으로 독살 위협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언급한 적도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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