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통합과 화합 정신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취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은 역대 대통령 예우의 연장선상이자 통합 행보 차원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한선교 사무총장을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봉하마을에 도착,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통합과 나라 사랑의 정신, 깊이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통합’을 쓴 것을 두고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지, 해외파병 등에서 갈등을 해소하신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30분간 이어진 만남은 환담이 오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지도부가 온다고 해서 매화꽃을 꺾어왔다”며 환영한 권 여사는 황 대표가 “(봉하 사저를) 노 전 대통령님이 계셨던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언급하자 “참 잘 지은 집이다. 아방궁이 맞는 것 같다”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네 일동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과거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던 걸 상기시킨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권 여사를 위해 홍삼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의 통합과 나라사랑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당 지도부 방문 소식을 접한 진보 성향 사회단체 소속 회원 20여명은 봉하마을 진입로 부근에 줄지어 선 채 ‘5ㆍ18 망언ㆍ탄핵 불복 한국당 아웃’ ‘탄핵 촛불 부정하는 황교안이 박근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차에서 내린 황 대표를 뒤따라 가며 “5ㆍ18 망언 의원 제명하라” “5ㆍ18 망언 한국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황 대표는 봉하마을 방문에 앞선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민생행보를 하기도 했다. 회색 패딩 차림에 붉은 목도리를 두른 황 대표는 상인들로부터 “직원들 월급 주기가 쉽지 않다”, “공실이 너무 많다. 힘들다”는 갖은 걱정거리를 경청했다. 노점 김밥을 사면서 미리 준비한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전용)으로 값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시장으로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강조하면서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황 대표는 1시간 넘게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시장을 살린다며 개입해 거꾸로 시장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작심한 듯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겨냥해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들고 시장에 개입해 교란하고 있다”며 “명백히 잘못하는데, 알면서도 고치지를 않아 속상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망가지도록 하고 국민에게 어떻게 흥을 내라고 하나. 시장이 살지 못하면 서민경제가 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해=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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