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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기본은 남과 여?... 여자 둘이서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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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기본은 남과 여?... 여자 둘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입력
2019.03.06 15:28
수정
2019.03.06 21: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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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쓴 황선우, 김하나 작가

[저작권 한국일보] 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황선우(왼쪽)ㆍ김하나 작가는 ‘함께 살면 닮는다’는 명제를 증명하듯 웃는 모습이 꼭 닮아 있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황선우(왼쪽)ㆍ김하나 작가는 ‘함께 살면 닮는다’는 명제를 증명하듯 웃는 모습이 꼭 닮아 있었다. 류효진 기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데도 불안함이 떨쳐지지 않았다. 언젠가 다들 떠나가고 나만 혼자 남겨지는 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어떻게든 남편감을 찾아 버진로드로 뛰어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멀어지는 친구들의 웨딩드레스 뒷자락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을 때, 두 명의 ‘언니’들이 나타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는 것이다. “야, 우리 사는 걸 봐. 결혼 안 해도 완전 멋지게 잘 살 수 있어!” 최근 출간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은 소감을 요약하자면 그렇다.

책의 은혜를 입은 이들의 간증에 힘 입어, 책은 출간 이틀 만에 3쇄, 일주일 만에 5쇄를 찍었다. ’2030 비혼 여성’이 주 독자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기혼자와 비혼자를 가리지 않고 널리, 두루 환대 받고 있다. “특수하고 개별적인 사는 얘기인데, 생각보다 보편적인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함께 살면 닮는다’는 명제를 증명하듯 꼭 닮은 웃는 모습으로 말했다.

지난달 출간된 책은 서점별 입고 현황이 독자들 사이에 공유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지난달 출간된 책은 서점별 입고 현황이 독자들 사이에 공유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책은 20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잘 살아 온 두 여성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고, 살림을 합치고, 서로에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 작가는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 수많은 히트 광고의 카피를 쓴 전직 카피라이터이자 베스트셀러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저자다. 황 작가는 패션매거진 W Korea 에디터 출신으로 20년 간 잡지에 글을 써 왔다. 둘의 조합이니 책이 ‘글맛’으로 가득한 건 당연한 일. 옷 정리하는 법(김 작가는 곤도 마리에를 신봉하는 정리의 달인이다)과 떡국 맛있게 끓이는 법(황 작가는 요리해 남을 먹이는 걸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이다)부터 대판 싸우고도 다음 날 감쪽같이 화해할 수 있는 ‘싸움의 기술’까지 담겼다. 김 작가 표현에 따르면 “실용서와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이다.

장르는 넘나들어도 책을 낸 목적은 하나였다. “30대에는 40대 여자 선배들의 삶이 잘 상상이 안 됐어요. 결혼해서 가사와 육아에 지쳐있거나, 일 이외의 즐거움은 희생한 듯한 커리어우먼 뿐이었죠.”(황선우) “결혼하지 않고도, 그렇다고 혼자 고립되지 않고도 삶의 확장을 모색하는 여성이 많은데 미디어에는 잘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김하나)

볕이 잘 드는 30평대의 집은 두 사람과 네 마리 고양이가 살기에도 적합하지만(왼쪽) 여러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하기에도 꼭 알맞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볕이 잘 드는 30평대의 집은 두 사람과 네 마리 고양이가 살기에도 적합하지만(왼쪽) 여러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하기에도 꼭 알맞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비혼’을 장려하고 ‘기혼’을 배척하자는 책은 아니다. 둘이 함께 살게 된 것도 혼자 사는 고단함이 임계점을 넘은 어느 날, 그렇다고 도망치듯 결혼으로 뛰어들고는 싶지는 않다는 생각 끝에 다다른 결론이었다. 꼭 살고 싶은 집을 점 찍어 둔 김 작가가 같이 살자고 제안했고, 다른 친구와의 동거를 고민 중이던 황 작가가 흔쾌히 응했다.

취향과 가치관이 잘 맞는 상대였지만, 함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가장 큰 난관은 ‘물건’에 대한 하늘과 땅만큼 다른 각자의 정의였다. 책 속 표현에 따르면, ‘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곁에 두는 미니멀리스트’가 김하나라면, ‘한 사람에게 허락되는 최대한의 선을 훅 넘어가버리는 맥시멀리스트’가 황선우였다. 폭풍 같은 싸움과 화해의 과정을 거친 끝에, 한 명은 정리에 대한 강박을, 한 명은 소유에 대한 강박을 조금씩 양보한 ‘조수 간만의 평형 상태’를 찾았다. 더불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것이 공존의 첫 단계”라는 교훈도 얻었다.

지금 둘의 삶이 완벽하게 ‘이상적인’ 형태라고 자신하진 않았다. “이렇게 사는 방식도 한번 상상해보자고 제안해 보는 거예요. 한국 사회는 판에 박힌 모습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없잖아요. 다르게 살아도 멋지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황선우) “한국 1인 가구 비율이 27%가 넘어요. 여자와 남자의 결합이 가족의 기본인 시대는 가고 있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지만,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지금 우리의 분자식이 W2C4(여자 둘 고양이 넷)이라면, 그 밖에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식이 태어날 수 있어요.”(김하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삶의 규칙들을 공유하는 일이고, (왼쪽) 질병이 닥쳤을 때 상대의 '주보호자'가 되어 준다는 뜻이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삶의 규칙들을 공유하는 일이고, (왼쪽) 질병이 닥쳤을 때 상대의 '주보호자'가 되어 준다는 뜻이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함께 산 지 2년, 둘이 매긴 만족도는 최상급이란다. 크게 싸우고 분이 안 풀릴 때면 부동산 앱에 들어가 혼자 살기 좋은 집을 찾아볼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하루의 끝에 바보 같은 농담과 시답지 않은 얘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질병으로 약해진 상대방을 돌보며 가족의 의미를 실감하기도 한다. “저희의 목표는 귀엽고, 사이도 좋은 즐거운 할머니들이 되어 바닷가에 바를 열고 좋아하는 음악을 종일 트는 거에요. 아, 그 전에 책의 2탄인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를 낼 거예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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