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닭고기 생산ㆍ가공업체 (주)하림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가금류 운반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로 직원 사망사건이 재발하고 있지만 대책보다 입단속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하림의 허술한 안전인식과 직원 생명보다 기업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전북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5시24분쯤 정읍시 북면 하림 가공공장 본관 앞에서 생산직 직원 최모(48)씨가 14톤 냉동차량에 치어 현장에서 숨졌다. 최씨는 공장 일을 마치고 정문 앞에 대기해 있던 퇴근버스를 타기 위해 나섰다가 사고 차량 앞을 지나는 순간 변을 당했다. 최씨는 9개월 전 이 회사에 입사했다.
이날 사고는 차량 운전자 박모(55)씨가 최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지점은 공장 정문과 본관 사이에 조성된 공간으로 인도와 차량 통행로가 구분되지 않아 평소 사고 위험성이 높았다. 이날도 퇴근하는 직원과 진ㆍ출입 차량이 뒤엉키면서 직원들의 퇴근을 경비가 도왔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정읍공장 한 직원은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됐었다”며 “사고 현장은 평소 직원과 차량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불안했지만 그동안 회사에서는 아무런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대책보다 사고가 외부로 알려질까 봐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익산시 망성면 하림 본사공장 옆 도로에서 출근하던 직원이 냉동 탑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림은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최근 정읍공장 내에 직원과 차량 통행을 구분하는 차단 막을 뒤늦게 설치했다.
경찰은 박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주고용노동지청은 업체의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사업장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직원과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교육과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