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임금실태 조사 결과 여성들이 상여금 더 누려
“여성들은 등급 배정부터 차별 받는다” 비판
‘남성보다 차별 받고 있다’는 여성들의 불만이 사실인지 알아보고자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조사했더니, 남성이 더 차별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급여 차별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한 결과, 남성 직원들이 비슷한 일을 하는 여성들보다 더 적은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비춰볼 때 임금을 적게 받은 직원 1만677명에게 총 970만달러(약 109억원)가 지급됐는데, 보상금 중 남성에게 돌아간 비율이 이 조직의 남성 구성비율(69%)보다 더 높았다. 남성 직원 몇 명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건 지난해 일부 여성들이 더 많은 상여금과 임금인상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직원의 급여는 직무에 대한 시장가치, 위치, 등급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관리자들은 특정 직원이 우수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여금 등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자유재량 기금’을 갖고 있다. 이 돈이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집중돼 오히려 남성들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급여를 결정하는데 활용되는 ‘등급’ 배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NYT에 따르면 구글 경영진은 성과나 직무 외에 ‘회사와 함께 할 강한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회사에 비슷한 기여를 하는 동료들과 동등한 보수를 받고 있는지’ 등 주관적 요소를 고려해 등급을 매기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이 애초 남성보다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에서 근무했던 켈리 엘리스는 같은 자격의 남성 직원에 비해 더 낮은 등급에 배정됐다고 주장한다. 2010년 ‘4년 경력’에도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범주인 3등급으로 채용된 반면, 엘리스와 같은 경력을 갖고 있는 남성 직원은 4등급에 배정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보다 자격이 더 떨어지는 다른 남자 직원들도 4등급을 받은 걸 알게 된 엘리스는 전ㆍ현직 여성 직원 8,300여명을 대표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구글도 이번 조사가 ‘여성이 임금을 덜 받는 건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자체가 성평등을 측정하는 완전한 방법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구글의 급여평등ㆍ인력분석 담당 수석분석가인 로렌 바바토는 “등급, 인사고과 등이 급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는 모든 직원에게 공평한 결과가 돌아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첫 단계는 직원들이 고용될 때 어떻게 등급을 부여 받는지 분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성, 포용, 평등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경영철학에도 불구, 구글은 다양한 성차별 이슈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조직적으로 여성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했는지에 대해 미 노동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건 물론, 지난해엔 사내 성희롱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직원 수천 명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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