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349달러를 기록했다. 2006년 2만달러 돌파 이래 12년 만에 선진국의 징표로 통하는 ‘소득 3만불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아졌고, 체감경기와 밀접한 국민총소득(GNI)은 1% 증가에 그쳤다. 선진국급 국민소득의 온기를 느끼기 힘든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0%, 연간으론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하다. 연간 성장률은 2012년(2.3%) 이래 가장 낮다. 소비와 수출이 각각 2.2%포인트, 1.2%포인트씩 성장률을 높였지만, 투자 부진이 0.7%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전년 대비 1.0% 늘어나며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성장률을 밑돌았다. 실질 GNI가 우리 국민(국내 외국인 제외)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임을 감안하면, 경제성장이 실질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실질소득(구매력)이 약화되는 효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명목 지표들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3.0%로 1998년(-1.1%) 이래 20년 만에 가장 낮았고, 명목 GNI 증가율은 이보다도 낮은 2.9%로 역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들 지표의 증가율이 저조한 것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서다. 모든 물가요인을 포괄하는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2006년(-0.1%) 이래 가장 낮은 0.3%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소득 수준은 해당 연도의 실제 가격으로 표시된 명목소득인 점을 감안하면 명목 지표의 낮은 증가율은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1인당 국민소득의 산출 지표인 1인당 명목 GNI는 3만1,349달러(3,449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는 30곳(2016년 기준)이지만, 인구가 5,000만명을 넘는 이른바 ‘30-50클럽’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곳뿐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처럼)3만달러 돌파 후 4만달러를 넘지 못한 채 정체된 국가들도 적지 않다”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소득 양극화나 구조적 문제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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