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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100달러 지폐 없애자" 열풍…왜?

입력
2019.03.07 04:40
수정
2019.03.07 07: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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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전역에서 미국 100달러 지폐 유통량이 크게 증가, 범죄ㆍ탈세와 연관된 전 세계 지하경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범죄자들이 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돈세탁을 하는 데에 100달러 지폐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100달러 발행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100달러짜리 지폐는 1달러와 20달러짜리 지폐보다 훨씬 더 적게 유통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0달러 지폐 유통량이 두 배로 급증, 2017년에는 1달러를 누르고 시중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미국 지폐가 됐다.

문제는 100달러 지폐 대부분이 미국 바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 미 연준은 재무부가 발행한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100달러 지폐 중 80%가 해외에 있다고 추정했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불안한 후진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자국 화폐 대신 달러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100달러 지폐가 해외에서 많이 풀린 가장 큰 이유는 범죄와 연관된 지하시장의 팽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 ‘100달러와 같은 고액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거래 기록이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반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정한 자금의 유통을 막기 위한 다국적 협력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2015년 보고서에서 “범죄 집단들이 계좌 추적을 피해 범죄 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다른 나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범죄로 취한 돈을 정당하게 얻은 돈인 것처럼 탈바꿈해 자금 출처를 어렵게 하는 이른바 ‘돈세탁’ 행위에 대해 은행들이 규제를 강화하자 범죄자들이 더욱더 현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이 최근 500유로(약 575달러) 지폐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유럽에서는 500유로 지폐가 테러조직의 테러 자금 지원이나 돈세탁에 악용된다는 소문 때문에 한때 “빈 라덴 수표”라 불리기도 했다.

당연히 100달러 지폐 발행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WP에 보낸 기고문에서 “고액권은 세금을 회피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위한 부의 저장고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2015년 은행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이 전 세계에 20억명이나 되며 이들에게는 현금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법을 준수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현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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