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찰 참여했던 하이노넨 “우라늄 농축시설 숨겨놨을 것”
핵 전문가 올브라이트도 동의 “북핵서 영변 비중은 50% 수준”
2000년대 북한 핵 사찰에 수 차례 참여했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영변 핵시설 없이도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 개발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협상카드로 고수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미국이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을 얼마만큼 채굴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농축우라늄의 원료가 되는 육불화 우라늄 생산 시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사용하는 가스 원심분리기 기반 농축 기술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공업용 작업장, 심지어는 슈퍼마켓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가스 원심분리기 시설을 숨겨놔도 외부에서 찾는 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곳곳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영변을 폐쇄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핵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VOA에 “북한은 영변에서 연간 핵무기 2, 3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고, 영변 이외 지역에서도 그 만큼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변 핵 시설이 전체 북핵 프로그램의 70~80%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각국 정부들의 분석을 종합했을 때 영변의 비중은 최대 50% 수준”이라고 했다. 이는 영변 핵시설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여전히 연간 핵폭탄 2, 3개 정도를 만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어 미 정보 당국도 이미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영변 한 곳만 폐기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맞바꾸자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한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VOA는 다른 핵 전문가들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영변 폐쇄’ 같은 단일 조치 대신, 전체 핵 시설 신고와 외부 검증 등 국제 기준에 맞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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