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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돌고래쇼는 이제 그만

입력
2019.03.0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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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제주 퍼시픽랜드 내실에서 만난 태지. 서울대공원 제공
지난 1월 19일 제주 퍼시픽랜드 내실에서 만난 태지. 서울대공원 제공

지난달 19일 서울대공원, 고래전문가, 동물보호단체 20여명과 제주에 있는 돌고래공연장 퍼시픽랜드를 찾았다. 퍼시픽랜드는 서울대공원이 2017년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하면서 홀로 남겨진 큰돌고래 ‘태지’(19세ㆍ수컷)의 위탁을 맡긴 곳이다. 이 위탁계약이 세 번의 연장 끝에 이달 말이면 만료된다.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 모두 더 이상의 계약연장은 어렵다고 못박은 상황. 이를 앞두고 태지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앞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태지는 큰돌고래인 ‘아랑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혼종 새끼 돌고래인 ‘바다’와 조련사의 박수에 맞춰 “끽~끽” 소리를 내고 몸을 흔들었다. 비교적 간단한 점프 동작도 선보였다. 태지의 건강을 위해 아무 움직임도 없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게 퍼시픽랜드 측의 설명이었다. 내실에서 본 태지는 2년 전 만났을 때보다 안정돼 보였다. 사람에게 물을 끼얹는 장난도 치고, 자신을 보러 온 사람들을 알아보기라도 하듯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큰돌고래 한 마리를 위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모여 논의하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동물에 대한 위상이 전보다는 많이 높아진 게 실감이 났다. 특히 돌고래 분야에서만큼은 우리가 잘한 부분도 있다. 서울시가 제돌이를 비롯해 지금까지 자연으로 보낸 남방큰돌고래만 7마리다. 서울시는 국내 처음으로 돌고래 쇼가 시작된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장을 없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큰돌고래 태지가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우선 돌고래 쇼장을 없앤 서울대공원은 갈 곳 없어진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보냈지만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제주앞바다에 풀어놓으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고, 돌고래 포획이 허용되는 다이지 부근에 돌려보낼 수도 없다. 퍼시픽랜드에 기증을 하자니 세금으로 들여온 돌고래를 상업용 공연에 동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떠오른 돌고래 보호소인 ‘바다쉼터’의 경우 실현가능성을 놓고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큰돌고래 태지(가운데)와 큰돌고래 아랑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혼종돌고래 바다가 공연을 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19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큰돌고래 태지(가운데)와 큰돌고래 아랑이, 수족관에서 태어난 혼종돌고래 바다가 공연을 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추후 바다쉼터가 생기든, 방류로 결정이 나든 3월 말에 계약이 끝나면 태지는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 때문에 우선은 퍼시픽랜드에서 지내야 한다. 사실 태지와 아랑이, 바다의 공연은 인위적 측면은 있지만 고된 훈련이 필요한 동작은 아니다. 반면 이들 세 마리 공연 전에는 장대 높이 뛰기를 하는 원숭이 쇼가, 공연 후에는 제주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와 ‘똘이’의 난이도 높은 수중 공연이 이어진다.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예전보다 난이도 높은 동작이 줄었고, 공연 시간도 절반 이상 짧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위적 동작으로 가득 찬 원숭이 공연과 돌고래 쇼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나타냈다.

다행인 점은 퍼시픽랜드가 인위적 쇼를 고집하지 않고 생태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퍼시픽랜드는 또 바다쉼터가 생기면 태지를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퍼시픽랜드에는 태지 이외에도 다이지에서 잡힌 아랑이를 비롯해 국내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 또 수족관에서 태어난 바다와 똘이가 있다.

바다쉼터를 포함해 방류하기 어려운 돌고래들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건 남겨진 과제다. 당장은 퍼시픽랜드를 찾은 이들에게 인위적 쇼 대신 태지는 왜 이곳으로 왔는지, 비봉이는 왜 바다로 가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회를 하면 어떨까.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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