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NSC회의 주재… “북미 대화궤도 이탈 않게”
이달내 남북 군사회담… 개성공단ㆍ금강산 재개 美와 협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북미 간)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전방위 노력을 주문하면서다.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후속 조치로 남ㆍ북ㆍ미가 참여하는 ‘1.5 트랙(반관반민) 대화’를 추진하는 등 중재 행보에 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3월 안에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 9ㆍ19 군사합의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과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본격 협의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을 위한 중재 노력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주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NSC 논의를 통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질적 쟁점이 무엇이었고, 북미의 속내가 어땠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영변 핵 시설 해체 외 ‘플러스 알파’(+α)의 의미가 무엇인지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NSC 결과 브리핑에서 “플러스 알파가 특정 시설을 가리키는지, 나아가 대량파괴무기(WMD) 등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포괄적인 것을 요구하는지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찾아 북미 간 대화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층 논의가 이뤄졌다. 통일부는 특히 “북한이 이번 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대미 대남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북한 내부 정치 일정과 상황 정리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북미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일정 기간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대화 기조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게 첫 번째”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대화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NSC 모두발언부터 “북미 대화가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대화의 공백이나 교착이 오래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장은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 우선 통일부가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 마련을 위한 대미 협의를 준비하는 등 국제사회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공동선언의 주요사업을 이행하는 방안을 모색해 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스웨덴 남ㆍ북ㆍ미 3자 회동 경험 등을 바탕으로 1.5트랙 협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중국ㆍ러시아 등과의 협조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한미 사이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3월 중 남북 군사회담을 개최해 올해 안에 계획된 9ㆍ19 군사합의에 대한 실질적 이행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정상 간 논의에서 어그러진 만큼, 다시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른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스파이 라인’이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간의 라인 등 실무부터 정상까지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뜸을 들이기보다는 서두르는 게 낫다는 데 이견이 적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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