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정보장회의(NSC)를 소집, 북미 정상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경제제재 해제,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 등을 논의한데 대해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 ‘이번에 미뤄진 타결’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 역할이 중요하다”며 양국 입장 차를 좁힐 방안, 남북협력사업 추진, 신(新)한반도체제 비전 마련 등을 주문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협상 중재자로서 정부와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문 대통령이 NSC를 소집해 가급적 북미 간 ‘하노이 담판’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애써 낙관론을 펴는 모습은 중재자로서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희망에 기대어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자칫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과 제재 해제, 연락사무소 등을 논의한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심각한 것은 드러난 양국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판 자체를 깨뜨릴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북핵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면서 북미 중재에 최선을 다하되 한편으론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둔 대비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북미의 입장, 회담 결렬의 과정과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공식, 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 하노이 회담을 재구성하고 미국의 입장과 전략, 북한의 선택지 등을 면밀히 살펴 협상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는 게 급선무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선박간 환적을 못하게 옥죄는 방안 등 북한을 더 압박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남북협력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문 대통령의 구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강경파의 대북 압박용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혹여 우리가 미국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미 간, 남북 간 입장 공유와 조율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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